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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분양 무덤은 옛말"… 바닥 찍고 반등하는 강원도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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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가구짜리 단지에 실입주 가능한 매물이 2~3개 밖에 안됩니다. 매물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선비즈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원주롯데캐슬더퍼스트’ 2차 투시도./ 롯데건설 제공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에 소재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가격이 많이 올라 이참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많아진 상황"이라면서 "몇달 전부터 풍선효과로 투자수요가 유입되며 매물이 상당히 소진됐는데, 여기에 실수요까지 늘며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집값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원주시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둘째주 강원도 아파트값 상승률은 0.30%로 전국 8개도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다. 강원도는 아파트 값이 2020년 2월 첫째주까지 99주 연속 하락을 겪었던 곳이다.

강원도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지역은 도내 최대 인구를 가진 원주다. 1월 둘째주 원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0.49%) 대비 0.16%포인트(P) 높아진 0.65%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월 14일 기준으로 신고된 강원도 매매거래 484건 중 196건(40.5%)이 원주에 집중돼있다.

부동산 시장이 활발해지다보니 지난 2019년 8월까지만 해도 8097가구에 달했던 강원도 미분양 아파트 숫자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2884가구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같은 기간 원주는 3229가구에 달했던 미분양 아파트가 달랑 6가구만 남았다. 매물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도, 그중에서도 원주에 매매 수요가 집중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규제 청정지역’으로 쏠리는 풍선효과다. 정부는 지난해 ‘2·20 대책’ ‘6·19 대책’ ‘11·20 대책’ ‘12·19 대책’ 등 네 차례에 걸쳐 규제지역을 전국 160곳(투기과열지구 49곳, 조정대상지역 111곳)까지 확대했고, 해당 지역에 대한 다중 규제도 강화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규제지역이 없는 곳은 강원도와 제주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강원도에 대한 외지인 주택 매입건수는 지난해 9월 829건에서 11월 1107건으로 늘었다. 원주의 경우에는 158건에서 295건으로 두배 가량이 됐다.

여기에 취득세 회피가 가능한 저가의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수요자를 불러모으고 있다. 공시지가 1억원 미만의 주택은 기존에 보유한 주택 수에 관계없이 취득세가 1.1%로 고정된다. 애초에 가격 부담이 적은데다 중과세도 피할 수 있어 다주택자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월 원주 아파트 매매거래 196건 중 공시지가 1억 이하가 89건으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이러한 매수세에 지난해 1월 7500만원에 거래됐던 원주 관설동 ‘청솔8차’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거래가격은 지난 11일 1억원으로 상승했다. 1년 만에 33%에 달하는 시세 상승률을 나타낸 셈이다.

원주가 강원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도 부동산 값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반곡동 일대의 ‘강원원주혁신도시’와 지정면 일대의 ‘원주기업도시’가 일자리를 공급하는 덕분이다. 지난 2018년초 3단계 준공을 마친 원주기업도시는 KTX 만종역과 서원주역, 광주원주고속도로 서원주IC까지 인접해 교통 여건이 뛰어나다.

이에 2018년 6월 3180명에 불과했던 원주 지정면 인구는 지난해 2만명을 넘어섰다. 2년여 만에 6배 이상 인구 증가를 이뤄낸 셈인데, 평균 나이 또한 35.7세로 원주 내에서 가장 젊은 지역이다.

지정면 일대 기업도시 조성과 함께 들어선 신축 아파트들은 원주 내에서도 가장 높은 시세를 자랑한다. 원주 지정면 ‘원주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면적 84㎡ 매매가격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2억원대에 머물러있었지만, 올해 1월 4일에는 3억9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강원도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반등세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새해 부동산 시장은 지방광역시가 규제 효과로 주춤한 반면, 수도권과 비규제 지방에는 매수세가 쏠리는 모습"이라면서 "평창올림픽 이후 오랜 기간 내린 강원도, 특히 실수요 여건이 좋은 원주로 투자수요까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강원도는 바닥을 찍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해 현재는 완연한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면서 "특히 도시 내 자급자족이 가능한 원주는 부담으로 작용했던 미분양을 모두 털어낸 것에 더해 수도권 접근성이 개선되는 만큼 전망이 밝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hy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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