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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신현준의 고백 "데뷔 30년, 가장 큰 시련… 아내 없었다면 못 버텼죠"[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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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아내가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신현준(53)의 큰 눈이 촉촉해졌다. 그를 만난 날, 누구라도 30분만 나와 있으면 영화 '은행나무 침대'(1996)의 황장군이 될 만큼 갑작스런 눈이 쏟아졌다. 세상을 다 덮을 듯 하얀 눈을 배경으로 사진촬영까지 마무리한 그는 오는 길에 고생이 많았겠다 인사를 건네며 오랜만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기자보다는 신현준 본인이 그 자리에 오기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이른바 매니저 갑질폭로 사건 이후 반 년, 법정까지 간 진실공방 끝에 혐의를 깨끗이 털어낸 그에겐 2021년 새로운 출발이 더 뜻깊었을 것이다.

영화 '장군의 아들'(1990)로 데뷔한지 꼭 30년째였던 지난해, 신현준은 7월 오랜 매니저가 갑질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까지 제기하는 논란을 겪었다. 전 매니저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한 신현준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당시 신현준은 막 투입됐던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어 꾸준히 출연중이던 TV조선 교양 프로그램 '엄마의 봄날'에서 하차하는 등 방송활동까지 모두 접고 진실을 밝히는 데 매달렸다. 그리고 지난 11월 검찰이 해당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며 결국 논란이 마무리된 터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나쁜 생각이 이길 수가 없다는 걸. 저도 중년의 배우고, '연예가중계'를 10년 했고, 내가 해야되겠다 했어요. 이런 일이 다시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스무 살에 데뷔해 50을 넘긴 신현준에게도 처음 겪는 시련이었다. 그는 "막막했다. 상상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그럴 때 '아버지는 어떻게 하셨을까' 의논하고 싶었지만 안 계셨다"며 "우리 아이들을 생각했다. 거짓과 타협하지 않고 진실이 승리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내가 몇 년을 쉬게 되더라도 법이 판단했으면 좋겠다 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내도, 집안 어른들도 "그게 바른 길"이라며 적극적으로 그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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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현준과 두 아들이 한 회만 등장하고 하차해야 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는 아직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13년 결혼한 그는 2016년, 2018년 태어난 두 아들을 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한 터였다. 당시 CP가 '7년을 기다렸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인터뷰했던 일을 곱씹으며 신현준은 "정말 힘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살 데뷔했을 때부터 가족 공개는 안 할거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내가 좋아 하는 일인데 그러지는 말아야지' 하고. 그런데 다른 프로그램 진행하며 출연자가 부모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눈물바다가 됐는데 '신현준씨는 어때요' 해서 아버지 이야기를 했거든요. 울면서 방송을 마쳤는데 PD님이 자료사진을 부탁하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찍은 사진이 없는 거예요. 아빠는 찍어만 주신 거예요. 그게 가슴이 찢어졌어요. 사진보다 더한 추억을 주신 아버지인데, 우리 아이들에게 뭔가 기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했죠. 게다가 제가 48살에 첫 애를 얻었잖아요."

하지만 '슈돌' 예고가 나간 다음날 그 사달이 났다. 신현준 가족은 결국 첫 방송 이후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신현준은 "방송이 나왔을 때 아내와 엉엉 울었다"며 "아이가 아내가 상처받을까봐 너무 가슴이 아팠다. 치유가 되면 모를까 지금도 그렇다"고 고백했다.

그 가운데서도 든든히 곁을 지켜준 아내는 가장 큰 힘이 됐다. '연예가중계'를 진행하며 동료나 후배들의 불미스런 일, 극단적 선택을 접하면 우울증이 다 생길 정도였다는 신현준.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아내는 늘 신현준을 혼자 두지 않고 든든한 응원군이 돼줬다. 신현준은 "가족이 정말 큰 힘이다.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해 말 나온 신현준의 신작 에세이 '울림'(도서출판 북퀘이크)에는 소중한 가족을 향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혼 전에도 두 권의 동화책을 펴낸 신현준은 지금껏 네 권의 책을 썼다. 이번 다섯번째 책 '울림'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근간이 된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두 아이들, 그리고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제목을 '울림' 대신 '가족'이라 지을까 고민했단다.

"한참 전부터 느끼고 생각했던 이야기죠.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저의 삶이 굉장히 달라졌어요. 20대, 30대, 40대에 선택한 영화가 빛깔이 달라졌듯이 결혼하고 아빠가 되며 모든 게 바뀐 거예요. 제가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런 소중한 기억, 소중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적어왔거든요. 주변에 이야기했을 때 나눴으면 좋겠다고들 해서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 갑작스레 닥친 힘든 시간도 영향을 미쳤다. 신현준은 "좋은 시간이든 힘든 시간이든 지나고 나면 인생에 헛된 시간은 없더라, 배울 것이 있더라 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했다. 물론 굉장히 힘들었다"라면서도 "여러가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다가 '아참' 하고 메모들을 찾았다. 메모를 모으고 글을 쓰고 돌아보면서 다시 저를 돌아보고 스스로 위로받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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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송인으로서의 활동도 재개한다. 그 시작으로 최근 MBN '밥 먹고 가'에 게스트로 출연해 녹화를 마쳤다. 30년을 쉬지 않고 지내다 한참만에 찾은 촬영장은 특히 행복하고 감사했단다. 뭔가 다른 걸 느꼈는지, 평소처럼 "아빠 출근해" 하고 집을 나서려던 자신을 큰아들 민준이가 안고 울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신현준은 신규 프로그램 진행에도 나선다. 사랑했던 연기만큼이나 방송 역시 애정하는 분야라고 그는 강조했다.

"순둥이였던 제가 처음 부모님을 거역한 게 배우가 된다는 거였어요. 머리 속에 배우 밖에 없었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캐릭터를 접하며 배우는 게 많아요. '사람'이 늘 선택 기준이죠. 방송도 그래요. '시골경찰'도 따뜻한 정을 느끼며 한 걸음을 쉬어가는 프로고, '비행기 타고 가요'도 저는 승무원이지만 설렘 가득한 승객들마다 색깔이 다르죠. 어떤 어머니가 창 밖을 보며 우시기에 '어디 불편하시냐' 했더니 그러시더라고요. 얼마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는데 하늘과 가까워지니까 남편이랑 가까워지는 것 같다고. 얼마나 울었던지.

배우 때는 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MC를 하니까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요. 그게 너무 좋아요. 그렇게 얻는 지혜가 많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어요."

신현준은 과거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과 영화를 찍을 때 있었던 일화를 꺼냈다. 병상을 털고 일어나 촬영장에 나온 정일성 촬영감독이 앵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성큼성큼 들어가 지는 태양을 찍고는 '너무 좋아' 하며 감탄을 했다. 임권택 감독이 '또 죽으려고 그러네, 날도 추운데'라고 눙쳤고, 정일성 촬영감독은 '새로 태어나니 모든 게 감사하다'며 눈물까지 흘리면서 석양을 촬영했다는 거다.

신현준은 "이제 반백살을 넘었다. 많은 실험도 아픔도 있었고, 기쁨과 슬픔이 있어도 예술가의 삶은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이제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진솔하게 들을 수 있는, 따뜻하게 위로해줄 수 있는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아요. 많은 분들에게, 심지어 국밥집 할머니, 학생들에게도 위로를 받았어요. 매 순간, 이 하루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감사합니다. 철갑을 입고 더 단단한 신현준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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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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