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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로켓이 항공기에서 발진했다…새 위성 발사 방식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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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오빗, 이륙후 공중발사 실험에 성공

나사가 의뢰한 큐브샛 위성 궤도에 올려


한겨레

여객기 날개 아래 장착됐다 공중에서 발진하는 런처원 로켓. 버진오빗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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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로켓을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발사하는 방식이 탄생했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버진그룹 계열인 버진 오빗(Virgin Orbit)은 17일 오전 10시50분(현지시각, 한국시각 18일 오전 3시50분) 캘리포니아 모하비 우주공항에서 로켓 런처원(LauncherOne)을 실은 항공기 코스믹걸(Cosmic Girl)을 이륙시켜 새로운 방식의 로켓 발사에 도전했다.

이륙 후 캘리포니아 남서쪽 해안으로 날아간 코스믹걸은 15분 뒤 채널제도 남쪽 10km 상공에서 여객기 왼쪽 날개 밑에 탑재된 로켓 런처원을 분리했다. 런처원은 수초 후 엔진을 점화해 수직상승한 뒤 30여분간 해안 궤도를 선회하면서 위성을 저궤도 우주공간에 배치했다. 로켓을 분리한 코스믹걸은 이륙 40분 뒤 다시 우주공항으로 돌아왔다. 버진 오빗은 트위터를 통해 “위성들이 성공적으로 목표 궤도에 배치됐으며, 우리 모두는 런처원의 첫번째 우주 임무를 완성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런처원에는 미국항공우주국이 의뢰한 큐브샛 9개가 탑재됐다.

길이 21미터인 2단계 로켓 런처원은 최대 500kg의 물체를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소형 위성 전담용 발사체다. 로켓에 실을 수 있는 위성은 크기가 4피트(1.2미터)를 넘어선 안 된다. 등유(케로센)와 액체 산소를 추진제로 사용한다.

로켓을 운반하는 코스믹걸은 보잉 747-400을 개조한 것이다. 앞서 버진 오빗은 2020년 5월 첫번째 공중발사를 시도했으나 로켓 엔진 점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목표 궤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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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하는 코스믹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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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천후 발사 가능


로켓을 고고도 상공에서 발사하는 이 방식은 기존 지상 발사보다 연료가 덜 들고 발사 장소나 날씨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상황에 따라 발사 고도는 물론 위치도 바꿀 수 있다. 천둥번개가 치면 이를 피해 고도를 높여 발사할 수 있다. 또 로켓 발사대가 아닌 일반 공항 활주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출발 장소의 선택 폭도 넓다.

버진 오빗은 버진그룹의 우주관광 개발업체 버진 갤럭틱에서 2017년 분사했다. 버진 갤럭틱이 추진하는 고도 100km 안팎의 준궤도 우주관광 방식을 응용해 소형 위성 전용 로켓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만든 업체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관광은 우주선과 로켓을 실은 대형 수송기를 띄운 뒤 고도 15㎞에서 로켓을 분리해 우주경계선까지 올라갔다 지상으로 활강 귀환하는 `이륙후 공중발진' 방식이다. 버진 갤럭틱은 2018년과 2019년 고도 90㎞까지 도달했다가 내려오는 유인 시험비행에 두차례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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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서 분리된 직후 엔진을 점화하는 런처원 로켓. 버진 오빗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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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소형 위성 발사 시장


소형 위성 발사는 로켓 개발업체들로선 매우 유망한 미래 시장이다. 전자장비가 갈수록 소형화하면서 굳이 과거처럼 커다란 위성을 쏘아올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는 로켓이 대형일 필요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33년까지 소형 위성이 2만기 이상 발사될 것으로 것으로 전망한다.

버진 오빗은 이미 수억달러어치 발사 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4월엔 일본 오이타현에 소형위성 전용 발사장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이곳에서 처음으로 소형 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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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걸의 비행 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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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공중 발사 기술을 개발한 업체가 버진 오빗이 처음은 아니다. 오비털 사이언스(Orbital Sciences)는 이미 1990년 공중발사 로켓 `페가수스'를 개발했다. 탑재 중량도 런처원과 비슷한 1천파운드(453kg)이었다. 이 회사를 인수한 노스롭 그루먼은 2018년 자사 항공기를 이용해 나사의 아이콘 위성을 탑재한 페가수스 로켓을 고도 12km 상공에서 발사했다. 그러나 페가수스를 발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 그동안 이용률이 낮았다. 1990년대의 발사 비용은 1회당 1600만달러였다. 요즘엔 6천만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30년간 발사 횟수가 40여차례에 불과했다. 이번에 발사 비용이 5분의 1 저렴한 버진 오빗의 런처원이 등장함으로써 페가수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형 위성용 로켓 발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업체는 로켓랩이다. 로켓랩은 독자 개발한 일렉트론 로켓으로 뉴질랜드 발사장에서 이미 10여차례 발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올해는 발사한 로켓 1단계 추진체를 헬리콥터를 이용해 공중에서 회수하는 데 도전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도 우주인터넷 스타링크 군집위성을 발사할 때 소형 위성을 함께 묶어 발사할 수 있도록 로켓 합승 예약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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