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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B, 김학의 이어… 이재용 ‘실형 선고’ 정준영 판사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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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서 ‘이건희 신경영’ 언급, 특검이 재판부 기피신청

이명박 항소심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7년 선고, 법정구속

김학의에 “우리 사회에 검사와 스폰서 관계 질문 던져”

형벌보다는 ‘치료적 사법’, 새로운 ‘사법 실험’으로 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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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중앙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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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53·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에게 관심이 쏠린다.

정 부장판사는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과 성접대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최종훈 등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사건을 다수 판결한 바 있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도 배당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새로운 ‘사법 실험’을 시도하는 판결로 정평이 나 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첫 재판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 신경영’ 사례 등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 선언’을 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며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또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라고 당부하며 삼성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시민단체 등은 ‘재벌 봐주기’라고 반발했고, 특검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이 마련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파기환송심은 약 1년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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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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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도 정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7년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정 부장판사는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구속시켰다.

그는 “피고인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으로서 본인이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공무원의 부패를 막을 지위”라며 “그 의무와 책임을 저버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부장판사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책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함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이 고개를 돌려 재판부를 바라보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불법 긴급출국금지 사건 당사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재판은 10년 전의 뇌물수수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는다”며 “검사가 언급했듯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가 2020년인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서 더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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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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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검찰에 대해서는 일부 위법하다며 압류 취소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최종훈과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프듀) 101’ 참가자의 순위를 조작한 엠넷의 안준영·김용범 PD 역시 정 부장판사의 손에 실형이 선고됐다.

정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1부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도 맡았다.

유독 사회적 관심이 많고 굵직한 사건들을 많이 맡긴 했지만, 배당은 전산에 의해 무작위로 이뤄진다는 것이 법원측 설명이다.

정 부장판사는 본래 ‘사법 실험’을 시도하는 법관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인천지법 근무 당시 형사재판 제도인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재판에 적용한 ‘배심조정’ 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파산부 시절에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 도입에 핵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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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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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피고인에 대한 형벌보다 범죄의 근본 원인 해결과 재발 방지, 치료를 지향하는 ‘회복적 사법’을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9년 살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치매전문병원 입원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선고도 재판부가 병원에 직접 찾아가 진행했다고 한다.

서울 출신인 정 부장판사는 청량고·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전주·인천·서울지법·서울고법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1997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수석부장판사 배석 시절 한보그룹과 웅진홀딩스 등 파산 사건의 주심을 맡아 처리했고, 서울회생법원 초대 수석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법원 내에서 손꼽히는 ‘파산·회생’ 전문가로 통한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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