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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쌍둥이 위기'서 미국 구하라"…'정밀 타격' 부양책 앞세운 바이드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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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개막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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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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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함께 등장하는 남자. 20일(현지시간) 취임식과 함께 46대 미국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조 바이든 이야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던 그는 2009년 세계금융위기 속 임기를 시작했다. ‘위기의 소방수’가 팔자인 모양이다.

대통령으로 무대에 오른 그의 앞에는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쌍둥이 위기’가 놓여 있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로 꾸려진 바이든 경제팀이 ‘미국 구하기’와 ‘아메리칸 드림 재건’을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화두로 삼고, 재정 지출과 복지 확대, 규제 강화라는 기둥을 세운 이유다.



세계금융위기서 교훈 얻었다…현금 직접 주고 쉬운 부양책



그럼에도 바이드노믹스는 단순한 경기부양보다 실제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계층과 부문에 집중하는 ‘정밀 타격형’ 이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발표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부양책이다.

‘미국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이라 명명한 부양책은 ▶1인당 1400달러의 현금 지급 ▶자녀 세액공제 확대 ▶오는 9월까지 현행 주당 300달러의 실업수당을 400달러로 확대 지급 ▶세입자 강제퇴거 금지 연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부양책에는 없지만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을 현재의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오바마의 경제교사’인 제이슨 퍼먼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부양책은 바이든이 세계금융위기 당시 얻은 교훈을 모두 담았다”고 말했다. 대규모로, 대놓고, 직접 돈을 쥐여 주고, 이해하기 쉬운 정책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금융위기 당시 부양책이나 정책이 노동자보다 금융 위주로 마련되면서 불평등이 확대됐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임금의 비중은 꾸준히 하락했지만, 금융 비중은 계속 오르며 20%를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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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경제팀은 누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잠자는 수요 자극하는 '고압경제론'이 바탕



이 때문에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에는 노동자를 위한 복지 증액이 놓여 있다. 당분간 강력한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까닭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18일 NYT 등이 입수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옐런은 “역사적인 초저금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은 크게 행동하는 것(Big Act)”이라고 밝혔다.

그 이론적 바탕이 옐런이 2016년 언급한 ‘고압경제론’이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위축된 수요를 자극해 성장률 회복을 이끌어 내고 경기의 추가 하락을 막는 것이다. 강력한 부양책이란 ‘고압’을 가하는 이유는 이른바 ‘이력(履歷) 효과’ 때문이다. 경기 위축이 반복되면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고, 그 결과 실제 성장이 위축돼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옐런이 언급한 고압경제의 핵심은 충분한 확장정책으로 노동시장의 과열을 유발해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소외된 취약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복귀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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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재무부장관 지명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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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옐런은 “대규모 부양책의 혜택이 비용을 초과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조치가 없다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장기적 성장을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드노믹스가 재정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재정 긴축으로 경기회복세를 위축시킨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드노믹스의 근간인 고압경제론에 필요한 것은 통화정책의 뒷받침이다. 황 연구원은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적자 재정을 지속하려면 성장률이 이자율을 웃돌아야 하는 만큼 완화적 통화정책과의 공조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해 밝힌 평균물가목표제(AIT)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AIT는 일정 기간 일정 수준의 물가 오버슈팅도 용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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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바이든 경제 정책.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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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다. 노동자에 방점을 찍고 임금 상승을 통한 경제 성장을 강조하는 만큼 바이드노믹스에는 적극적인 시장개입도 수반될 전망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옐런 내정자는 금융화와 독점화, 복지지출 축소로 소득 양극화가 발생했고, 이들 문제를 정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 규제 나설 수도



그 결과 바이드노믹스의 최종 목표가 ▶금융화로 돈을 버는 금융 기업 영업 규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테크 기업 독점 방지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법 개정, 세제개편 등으로 축소한 복지지출 확대일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옐런 지명자가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의 요구에 따라 금융회사 규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 구하기에 나선 바이드노믹스가 즉효약이 될 수 있지만 부메랑이 될 위험도 있다. 조 연구원은 “바이드노믹스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경기 침체시에는 선제적으로 재정지출 통한 복지 증대에 나설 수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일련의 규제가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현옥ㆍ이승호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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