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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재용, 임원접견도 막혀…삼성 4주간 경영 진공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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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끝 삼성 (上) ◆

매일경제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이 한동안 '완전 경영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이 선고돼 법정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주간 서울구치소 독거실에서 격리되기 때문이다. 교정시설발(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로, 이 기간 변호인을 제외한 일반 접견은 불허된다. 이에 따라 삼성 경영진의 면회가 당분간 불가능하다.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보고와 의사결정이 미뤄짐으로써 '옥중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서울구치소에서 코로나19 신속 항원 검사를 받았고 음성 판정이 나왔다. 서울구치소는 신입 수용자와 기존 수용자를 격리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독거실로 배치했다.

이 부회장은 교정당국 지침에 따라 4주간 격리된 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추가로 받게 된다. 2차 검사에서 최종 음성 판정을 받게 되면 격리가 해제되지만, 최종 음성판정을 받기 전까지 일반 접견을 할 수 없고 면회도 변호인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길이 차단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4주간의 격리 기간이 지난 후 옥중 경영에 나설 전망이지만, 이마저도 가시밭길이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장 구속 상태에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된 재판에 임해야 한다. 이 재판은 당초 지난 14일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한편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온라인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의 재수감은 한국에서 얼마나 과도하게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한국 경영자들이 경쟁국보다 사법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어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현 기자 / 홍혜진 기자]


이재용 '옥중경영' 불가능…보고·결재도 못하는 삼성


삼성 경영공백 초비상

서울구치소 격리기간 끝나면
곧바로 '불법승계 재판' 돌입
경영현안에 집중할 여유 없어

사장단 회의 열어 '플랜B' 고심
파운드리·자율차 등 투자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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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됨에 따라 경영권 공백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1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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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경영권 공백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 중에도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받으며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구치소 수감 이후 4주간 격리되는 등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다. 19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은 조만간 사별, 또는 전자 계열사 중심의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각 사 대표이사들이 일상 업무는 문제없이 꾸려가겠지만 투자와 같은 중대한 의사 결정은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대신하기 어려운 만큼 이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않겠느냐"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플랜B' 마련을 위해 조만간 사장단이 모여 머리를 맞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자율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현재 경영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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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부터 1년간 구속됐을 때도 이 부회장은 경영진으로부터 직접 중요한 현안을 보고받고, 일부 의사 결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사령탑 역할을 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와 그해 7월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준공식 때 2021년까지 30조원 투자를 결정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도 당장 의사 결정이 필요한 현안들은 이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될 전망이지만, 과거 구속 수감 때와는 달리 구치소에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4주간의 격리 기간엔 변호인 외 일반 접견이 제한돼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이나 이인용 대외협력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이 부회장을 만나 현안을 논의할 길이 원천 차단돼 있다.

격리 기간이 지나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재판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회사 업무 외에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 정리와 막대한 상속세 재원 마련도 옥중에서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일부 주식 매각과 같은 중요한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이 부회장의 공백기는 삼성전자를 휘청거리게 만든 2008년 이건희 회장의 퇴진 당시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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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2010년 3월 24일 경영에 공식 복귀할 때까지 23개월간 삼성전자는 정체와 부진의 터널을 지났다. 당장 2008년 4분기에는 74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애플발(發) '스마트폰 쇼크'가 닥쳤다. 애플은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을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한동안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07년 하반기부터 이 회장을 겨냥한 비자금 수사로 애플에 맞설 대응 전략을 좀처럼 짜지 못했다. 2008년 6월 '1세대 옴니아'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낮은 완성도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혹평만 받았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2008년 9월 당시 세계 최대 플래시 메모리 업체였던 미국 샌디스크를 58억5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가 한 달여 만에 철회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6년 출범한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 역시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제외하면 신재생에너지,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서 전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삼성은 이 회장의 공백 기간 계열사 CEO 40여 명이 모인 사장단협의회를 신설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했지만, 삼성전자의 위기는 2010년 3월 이 회장이 복귀한 뒤에야 해소됐다. 2010년 6월 처음 출시한 갤럭시S 시리즈로 애플을 제치고 2011년 3분기 스마트폰 판매 1위로 올라섰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부재는 이 회장의 23개월보다 장기화할 수 있어 삼성전자가 2021년 마주한 총수 공백 충격은 13년 전보다 더 클 것이라고 재계는 우려한다. 당장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이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이 파기환송심 선고까지 4년이 소요된 점에 비춰보면, 그에 비해 사안이 훨씬 방대한 이 재판도 종결까지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년이 소요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외에도 삼성그룹을 둘러싼 현재진행형 재판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항소심 단계에 있는 재판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의혹 사건이 있다.

이 재판은 삼성 임직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했는지를 다툰다. 앞서 1심에서는 삼성전자 부사장 등 관련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역시 이 부회장 지시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이 부회장의 추가 기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현 기자 / 이종혁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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