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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4년전 특검 한솥밥... 윤석열, 이재용 판결후 검사들에 격려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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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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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년 6개월 실형 선고 후 박영수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들에게 격려 전화를 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연락을 받은 검사들은 “검찰총장으로서가 아니라 4년 전 수사팀에서 함께 고생했던 동료이자 수사팀장으로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은 후 한직을 떠돌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팀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특검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윤 총장도 이 부회장 혐의 입증을 위해 뜬 눈으로 여러 날을 고생했다”며 “팀원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윤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검 파견 검사들에게 당시를 회자하며 고생했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그는 특검에서의 공을 인정받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며 검찰에 복귀했고 2019년 7월 검찰총장직에 올랐다.

◇윤석열과 이재용 악연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 특검’ ‘삼성 특검’으로 불릴 만큼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매진했다. 애초 검찰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세운 미르재단 출연금 등을 강요에 의한 공여라고 봤으나, 특검팀은 이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는 것으로 수사 포인트를 바꿨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출연금에 뇌물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가 윤 총장”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2017년 1월 12일 이전까지 참고인 신분이던 이 부회장을 전격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나흘 뒤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도 당초 박영수 특검이 특검보로 점찍어놨다던 문강배 변호사 등을 선임해 방어진을 짰다. 조의연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월 19일 새벽 “소명 정도와 법적 다툼 여지, 수사 내용·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특검팀은 영장 기각 후 오전 6시30분쯤 박 특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상황이 그만큼 다급했다는 뜻이다. 한 특검보는 이후 기자간담회 등에서 “첫 영장이 기각되자 수사팀이 격앙돼 ‘아예 오전에 기소를 해버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때 검사들에게 침착하라며 좀 더 보강수사를 해보자고 얘기한 것이 윤 총장이었다고 한다.

이 즈음 특검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노트 39권을 추가로 확보하며 수사의 새 동력을 얻었다. 검찰이 확보했던 17권에 실리지 않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사초(史草) 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검팀은 이 노트 내용을 토대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삼성의 금융지주사 전환을 요청한 사실 등을 확인했고, 2월 14일 2차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17년 2월 28일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433억원대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횡령·범죄수익은닉·재산국외도피·국회 위증 등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날 때까지 353일간 구치소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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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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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사건으로 다시 구속영장

국정농단 사건이 공소유지 단계로 넘어가면서 끝나는 듯했던 윤 총장과 이 부회장의 악연은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를 하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이복현 당시 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검사(현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복귀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수사를 물밑에서 계속했다. 2019년 그가 중앙지검 특수4부장이 된 뒤에는 삼성바이오 사건을 배당받아 총지휘하는 역할을 맡았다.

검찰은 이번엔 뇌물공여가 아닌 합병과 분식회계 관련 혐의를 문제 삼았다. 특검팀이 삼성 합병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봐주기 및 공모 혐의를 밝혀냈다면, 검찰 수사팀은 이를 더욱 전진시켰다. 검찰은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배경이 제일모직 가치 부풀리기를 통한 삼성물산과의 합병 정당화에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특검팀 수사팀장에서 검찰총장이 된 윤 총장의 재가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팀은 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특히 당시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권고를 뒤집은 부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위위가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면밀하게 살펴본 뒤 ’10대3′으로 “수사 중단”을 권고했는데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이전까지 8건의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적은 없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무리한 영장 청구와 기소를 강행하려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복현 부장검사, 윤 총장 등과 이 부회장의 악연이 회자되며 처음부터 삼성과 이 부회장 기소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검찰은 결국 지난해 9월 1일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였다. 한 법조인은 “검찰과 삼성은 당분간 공소유지와 재판 등으로 계속해 부딪칠수 밖에 없다”며 “윤 총장과 이 부회장의 악연도 그만큼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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