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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8번째 세월호 조사, 외압·사찰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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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수단, 14개월 만에 결론… 17건 중 13건 “처벌대상 아니다”

고의 침몰설도 “근거 없다” 일축… 특검 곧 출범, 9번째 조사 예정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특수단)은 19일 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법무부와 청와대의 수사·감사 외압’, ‘국정원·기무사의 유가족 도·감청과 불법 사찰’ 의혹이 사실이 아니거나 사법 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일부 친여 방송인이 제기했던 ‘세월호 고의 침몰설’도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기무사의 유가족 불법 사찰’ 의혹이 무혐의로 종결되자 법조계에서는 “억울한 죽음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유가족 고소로 2018년 12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의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수단은 2019년 11월 출범 후 1년 2개월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사참위(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이 제기한 의혹을 크게 17가지로 분류해 수사했다. 이 중 특조단이 이미 책임자를 기소한 ‘해경 구조 실패’ 및 ‘청와대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별도 수사 주체가 있어 결론을 유보한 2건 등을 제외하고 13개 의혹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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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찰 특조단을 포함해 세월호 관련 수사·조사는 그간 8번 이뤄졌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했다. 하지만 세월호 수사는 또 있을 예정이다. 작년 12월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세월호 특검법과 사참위 연장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곧 출범할 특검과 2022년 6월까지 연장된 사참위는 9번째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법무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세월호 유가족은 “2014년 7~10월 법무부가 목포 해경 123정장을 수사했던 광주지검 검사들에게 ‘구속영장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누락시키라’고 지시했다”면서 황교안 전 법무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특수단은 당시 법무부 내부에서 해당 혐의 적용을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검사들에게 구속영장에서 빼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결국 해당 혐의를 적용해 123정장을 기소했고, 이에 법무부가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감사원이 청와대를 대상으로 세월호 감사를 진행하자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외압을 넣었다는 ‘청와대 감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특수단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수단에 따르면, 2014년 5월 감사원이 청와대에 제출한 8~9매 분량 질의서에 대해 청와대가 1매 분량의 답변서만을 회신하는 등 ‘부실 감사’가 진행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결국 다른 자료를 통해 청와대에 확인하려 한 내용을 파악했고, 당시 위법한 점이 발견되지 않아 감사를 끝낸 것을 두고 문제 삼기 어렵다고 봤다.

◇”이재수 전 사령관 억울한 죽음”

세월호 유가족 등은 기무사와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을 미행하고 도·감청과 해킹을 통해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이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사령관은 2018년 12월 7일 “세월호 사고 시 부대원들은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안타깝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에 앞서 나흘 전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이 전 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토라인 앞에 세웠다. “구속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검찰이 망신 주기 수사를 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 마크가 찍힌 검은색 덮개로 가리기는 했지만 수갑 찬 모습으로 포토라인에 섰을 때 이 전 사령관은 이를 악무는 모습을 보였다.

특수단에 따르면 2014년 4~10월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의 동향이 적힌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특수단은 해당 보고서에 세월호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다른 사항이 다수 기재돼 있는 등 일반적인 기무사 보고서라고 판단했다. 국정원이 작성한 보고서 역시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수집한 내용이거나, 정부 대응에 대한 유가족의 반응과 민원 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국정원과 기무사가 유가족을 미행하고 도·감청과 해킹을 벌인 적도 없었다고 한다. 특수단은 청와대의 지시로 국정원과 기무사가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확인하려 작년 4월 대통령기록관까지 압수 수색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김어준 ‘고의 침몰설’ “불가능한 일”

방송인 김어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주장하며 선박의 항로를 기록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해왔다. 특수단은 이 의혹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특수단이 국내 23개 AIS 기지국과 해외 AIS 수집업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두 해수부의 AIS 항적 자료와 일치했다고 했다.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해경의 단원고생 임경빈군 헬기 구조 방기’ 의혹도 무혐의 처리했다. 2014년 4월 16일 해경 구조대가 바다에서 발견된 임군이 살아있다고 인식했음에도 헬기로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수사팀은 전문의료기관 분석 등을 토대로 당시 임군이 숨진 상태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특수단은 이 외에도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인지·전파 시간 조작 의혹’ ’122구조대 잠수시간 조작 의혹' ‘산업은행의 청해진해운 대출비리 의혹’ ‘이석태 전 세월호특조위원장의 문서 변조 의혹’ 등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거나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전경련이 세월호 유가족 등을 비난한 어버이연합 등 시민단체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 특수단은 판단을 보류했다. ‘세월호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처분을 보류하고 향후 출범할 ‘세월호 특검’에 사건을 인계하겠다고 밝혔다.

임관혁 특수단장은 “유가족이 볼 때는 결과에 미치지 못해서 실망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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