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올해 농구 신인왕 ‘넘버2의 반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프로 1차 지명서 지명 안된 오재현·이윤기, 신인왕 다툼

벤치멤버였지만 기회 오자 활약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코트엔 다섯 명밖에 뛸 수 없는 게 농구. 프로농구에서 신인이, 그것도 드래프트에서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로 호명된 선수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올해 KBL(한국농구연맹)에는 서울 SK 오재현(22)과 인천 전자랜드 이윤기(24)가 이런 틀을 깨고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 있다. 오재현은 한양대 3학년이던 지난해 프로로 1년 조기 진출했고 이윤기는 2월 성균관대 졸업 예정이다. 역대 KBL 신인왕 중 2라운드 지명 선수는 2003-2004시즌 이현호(당시 서울 삼성)와 지난 시즌 김훈(원주 DB) 둘뿐이다. 이들은 당시 신인 가뭄 속에 ‘역대 최약체 신인왕’이란 소리를 들었다. 오재현과 이윤기는 그들과 다르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등의 반란

지난달 8일 데뷔전을 치른 오재현은 14경기 평균 9.0점 3.4리바운드 1.8어시스트 1.6스틸을 올렸다. 최근에는 역대 2라운드 신인 최초로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했다. 최준용·안영준 등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당해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때 선두를 달리다 8위까지 추락한 SK의 문경은 감독은 “팀 성적이 이 모양이지만, 오재현은 잘 봐달라”고 할 정도로 기대가 크다. 스스로 “신인왕 욕심이 난다”고 말하는 오재현은 외향적이다. 외곽포를 꽂아 넣고 벤치를 향해 세리머니 펼치는 것을 즐긴다.

이윤기는 한 경기 평균 득점이 6.5점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5경기에선 평균 11.6점을 올렸다. 최근 2경기에서 3점슛을 각각 4개 이상 터뜨렸는데, 이는 2014-2015시즌 이승현(고양 오리온)과 김지후(전주 KCC) 이후 신인 중 처음이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가드에 빈자리가 생겨 이윤기를 활용했는데, 스스로 기회를 잘 잡았다”며 “(성적이 되면) 신인왕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했다. 성격이 내성적인 데다 아직 적극성이 부족한 게 단점. 팀 선배인 김낙현은 “아직 패기가 부족하다”고 했다.

◇비슷한 듯 다르다

오재현은 돌파와 스피드가 돋보인다. 가로채기 능력도 뛰어나다. 슛 정확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받지만 지난 13일 오리온전에선 3점슛 2개를 모두 성공했다. 오재현은 최근 휴식 기간에 집중적으로 외곽슛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윤기는 현대 농구에서 주목받는 ‘3&D’ 스타일이다. 공격에선 3점슛을 주로 던지고 수비가 탁월한 롤 플레이어를 가리키는 용어다.

둘은 올 시즌 신인 한 경기 최다 득점(19점) 기록도 함께 갖고 있다. 이윤기가 폭발적인 3점포를 앞세웠다면, 오재현은 3점슛뿐 아니라 2m 넘는 상대팀 장신을 앞에 두고 골밑을 파고들어 점수를 뽑아냈다.

둘은 2라운드 지명 선수일 뿐 아니라 대학 ‘빅4’(경희·고려·연세·중앙대)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역대 KBL 신인왕 중 성균관대 출신은 아직 한 명도 없고, 한양대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영구 결번 선수인 양동근(2004-2005시즌)이 유일하다.

[김상윤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