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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호주오픈, 스타는 특급호텔...일반선수는 “방에서 쥐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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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NOW] 내달 호주오픈 테니스 참가 위해 전세기 탔다가 확진자 나와 격리

스타선수는 청정지역서 특급 대우

다른 선수들 “음식 엉망, 쥐도 나와… 페어 플레이 어긋난다” 불만 많아

조선일보

율리아 푸틴체바(카자흐스탄)가 17일 인스타그램에 “그랜드슬램 준비 중”이라는 글과 함께 올린 영상. 호텔 벽을 통해 랠리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푸틴체바는 “방에서 쥐 나왔다” “신선한 공기를 맡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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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사람은 바이러스를 다르게 대우한다. 다음 달 8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테니스 메이저 대회 호주오픈이 방역 문제를 둘러싸고 참가 선수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반발의 요지는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격리 생활을 하게 하라. 그것이 ‘페어 플레이’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호주테니스협회(TA)는 “19일까지 멜버른에 도착한 전세기 3편에서 확진자 5명이 발생해 동승했던 선수 72명이 현재 격리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128명 뛰는 본선 참가자 절반 이상이 호텔 방에서 꼼짝도 못한다.

그러나 이들 중 예외도 있다.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3위인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와 라파엘 나달(35·스페인), 도미니크 팀(28·오스트리아)은 멜버른에서 727㎞ 떨어진 도시 애들레이드에서 지낸다. 이들이 묵는 호텔은 객실 규모가 훨씬 널찍하고 깨끗하며, 코로나 청정지역이라 야외 코트 훈련도 마음껏 할 수 있다. 대회 흥행을 좌우하는 선수들이라 TA가 특별 대우를 제공했다.

남자 복식 선수인 필립 오스왈드(35·오스트리아)는 “스타 선수들이 투어의 돈 벌이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더 나은 대우를 받기야 하겠지만, 불공평의 수준이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격리자와 비격리자의 연습량이 극과 극으로 벌어져 경기력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주최 측이 2인 이상 같이 못 다니게 해서 선수가 코치 만나는 일도 쉽지 않은데, 나달의 경우 현지에 아버지와 코치, 물리치료사, 홍보 담당자 등 5명을 대동하고 다닌다.

다른 선수들도 “음식이 형편없고 호텔 위생이 끔찍하게 불결하며, 창문도 안 열리는 방 안에서만 지내 건강을 해치게 생겼다. 이런 생활을 감당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대회 참가를 안 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린다. 율리아 푸틴체바(26·카자흐스탄)는 “방에서 쥐가 나왔다”고 폭로했고,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30·스페인)는 샐러드와 사과 한 개가 나온 식사 인증샷을 SNS에 올리며 “선수더러 이것만 먹으라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그러면서도 각자 벽에 공 치기로 스트로크 연습을 하거나 방 바닥에 선 긋고 스텝 훈련 등을 하고 있다.

호주 오픈 최다 우승자(8회)인 조코비치는 방역 수칙 완화가 필요하다며 “당장 모든 객실에 피트니스 시설을 설치하고 선수들의 격리 기간을 줄여달라. 숙소와 훈련장을 자유롭게 오가게 해주고 테니스 코트가 딸린 개인 주택에서 지내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는 요지의 편지를 TA 측에 보냈지만 묵살당했다. 멜버른이 있는 빅토리아주도 즉각 “안 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호주 출신 샘 그로스(은퇴)는 신문 칼럼에서 조코비치가 지난해 아드리아 투어를 열었다가 코로나를 확산시켰던 일을 거론하며 “격리 기간 단축 요구는 호주인들에 대한 모욕이자 헛소리”라고 일갈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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