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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코로나로 승객 급감, 유로스타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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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佛, 지원 놓고 미묘한 신경전

조선일보

유로스타 열차가 지나가는 프랑스 파리 북역 풍경


영불해협의 해저터널을 관통해 런던과 유럽 본토를 연결하는 고속철도인 유로스타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승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유로스타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마련됐지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영국과 프랑스 사이가 냉랭해지면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떠넘기려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BBC에 따르면, 런던에서 활동하는 민간 기업이나 사업가들이 최근 영국 재무부와 교통부에 서한을 보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유로스타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유로스타는 최근 승객이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95% 감소했다. 예전에 한 시간에 1~2편씩 다니던 런던~파리 구간이 올해 들어서는 왕복 한 차례만 편성됐다. 런던~브뤼셀 구간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자 프랑스와 벨기에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영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스타 측은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18%에 그쳤다고 했다. 프랑스 주간지 르푸앵은 “이대로 가면 봄에는 유로스타가 파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유로스타는 영국과 유럽 본토 사이를 연결하는 핵심 이동 수단이다. 1994년 개통 이후 1억9000여만명을 수송했다. 유로스타가 운행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유럽 본토보다는 섬나라인 영국이 아쉬운 처지가 된다. 그래서 유로스타를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유럽 본토보다는 영국에서 나오고 있다. 유로스타는 영국 내에서만 1200명을 고용하고 있고 이들은 실직 위기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과 프랑스 간 분위기가 미묘하다는 게 변수다. 유로스타는 ‘영국에 있는 프랑스 회사’다. 본사는 런던에 있지만 최대 주주는 지분 55%를 가진 SNCF(프랑스 국영 철도공사)다. 영국 정부는 2015년에 유로스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고 손을 뗐다. 영국의 강경 브렉시트 찬성파 중에서는 “프랑스 회사를 왜 영국이 도와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유로스타를 도울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했지만 자국의 항공사나 철도회사에 비해서는 관심을 덜 쏟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프랑스 정부도 “유로스타는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유로스타에 대한 금융 지원 방안을 검토하자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로스타가 파산 내지 운행 중단에 이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 양국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미는 분위기 때문에 구체적인 회생 방안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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