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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 푸드트럭에서 파는 샌드위치, 미슐랭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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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선수 출신 佛요리사 마지아

코로나 봉쇄령으로 식당 못 열자 작년 10월부터 ‘길거리 음식’ 판매

“내 음식이 인생의 한 순간 되기를”

조선일보

알렉상드르 마지아/누벨옵세르바퇴르


코로나 사태로 식당 영업이 중단된 이후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프랑스 요리사가 세계적 권위를 가진 식당 평가·소개서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으로부터 별 3개를 얻어 화제다.

요리사 알렉상드르 마지아(44)는 18일(현지 시각) 기드 미슐랭이 올해 프랑스편을 발표하며 유일하게 새로 별 3개를 부여한 ‘아엠(AM)’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AM을 개업해 2015년 별 1개를 받았고, 2019년 별 2개를 얻었다. 올해 별 3개에 도달했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별 3개 식당은 AM을 포함해 30곳밖에 없다. 별 3개는 음식을 맛보러 그 지역에 여행 갈 정도의 가치가 있는 식당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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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이름을 딴 푸드트럭 '미셸'에서 점심을 팔고 있는 알렉상드르 마지아./기드 미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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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아는 2차 봉쇄령으로 식당 내부 영업이 중단된 지난해 10월부터는 마르세유 시내에 푸드트럭을 몰고 나와 ‘길거리 음식’을 팔고 있다. 요리 하나당 최저 10유로(약 1만3300원)에서 최고 21유로(약 2만8000원)다. 저렴해서 화제가 됐다. 보통 기드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은 코스 요리만 팔고, 저녁 코스는 100유로(약 13만3000원) 이하에 맛보기가 어렵다. 마지아도 AM에선 저녁 코스를 115유로(약 15만3400원)에 판다.

그의 푸드트럭에선 캐비아를 올린 훈제 가지와 우유를 먹여 키운 송아지 고기로 만든 샌드위치가 특히 인기다. 하루 60개 한정으로 내놓고 있다. 마지아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봉쇄령으로 식자재 유통업자들의 생계가 어려워지자 그들을 돕기 위해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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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마지아가 판매하는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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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 인생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새기고 봉쇄령에 지친 손님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푸드트럭 이름을 어부였던 할아버지 이름을 따서 ‘미셸’이라고 지었다. 그는 “‘미셸'에서도 AM에서와 똑같은 정성, 열정, 철저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아는 키 192㎝로 20대 시절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음식 만드는 데 소질이 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해 2009년 호텔학교에 들어가 요리를 배웠다. 인생을 주방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훈제 요리를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났다. 어린 시절 콩고에서 산 적이 있어 아프리카산 식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프랑스산 재료를 중시하는 다른 스타 요리사들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다.

그는 프랑스 언론 인터뷰에서 “요리사의 몇 가지 작은 손길로 손님은 단지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인생의 어떤 순간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고 했다. 요리를 준비하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는 일주일에 나흘만 AM의 문을 연다. 평소 AM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5~6주 전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이번 기드 미슐랭 평가에 대해선 지난해 봉쇄령으로 영업하지 못한 기간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평가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기드 미슐랭은 “작년 여름 영업을 하던 시기에 다국적 평가단이 집중적으로 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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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마지아/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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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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