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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천피 시대에 소외된 ELS…"누가 6개월 기다려서 3%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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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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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꼽혔던 ELS(주가연계증권)가 찬밥 신세다. 증시 활황 속 직접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ELS(주가연계증권) 발행액(원화·외화 합산)은 3조1006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7조3039억원)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ELS 월 발행액은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지난해 3월 이후 2조~4조원대를 오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1조3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6조원, 2019년엔 최대 9조원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급감인 셈이다.

반면 조기상환액은 8조3023억원으로, 전년(7조9202억원)보다 오히려 4.8% 증가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이 본격화된 지난해 9월 이후 월별 ELS 조기상환액을 살펴보면 6조~8조원에 달한다.

발행은 줄고 조기상환은 늘면서 발행잔고는 바닥인 상황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ELS 발행잔액은 지난해 4분기 11조6200억원이 감소했는데 12월에만 5조4400억원이 줄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정 ELS 발행 잔고는 지난 7월 35조380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꾸준히 감소해 12월 말 기준으로 19조9600억원까지 줄었다"며 "지난 잔고 저점인 2018년 1월 잔고를 하회한 것으로 2014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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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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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발행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주식 직접 투자 증가에 따른 수요 감소가 꼽힌다.

만기 전 조기상환 금액의 재투자가 ELS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증시 호황으로 투자자들이 상환 이후에도 재투자가 아닌 직접 투자로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ELS는 통상 3년 만기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기초자산이 가입 시점보다 70~90% 이상이 되면 조건이 충족돼 연 3~4% 수익을 주는 구조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ELS는 강세장보다는 박스권 증시에서 적합하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직접 투자를 두고 6개월을 기다려서 3~4% 수익 받으려는 ELS의 수요가 있겠냐"며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로 인해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ELS 발행을 축소한 점도 원인이다. 일부 증권사가 지난해 3월 글로벌 주가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등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금융당국은 7월 ELS 발행규제를 발표했다.

자기자본 대비 ELS·DLS(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이 50%보다 큰 경우에는 레버리지 비율상 파생결합증권의 부채금액 반영비율을 가중해 과다 발행 유인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정 연구원은 "발행 잔고 상위 3위에 해당하는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7월 말 대비 12월 말 잔고 감소율은 각각 -45.9%, -27.2%, -42.3%를 기록해 평균치(-27%)보다 높았다"며 "발행 잔고가 높은 증권사들 중심으로 줄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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