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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세월호 수사 외압 없었다" 특수단 1년 2개월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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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靑 '외압 의혹' 무혐의로 끝낸 세월호 특수단
"검찰 중립성에 부적절" "감사 소극적 진행" 평가
직권남용죄 처벌할 수준엔 이르지 않아 '불기소'
형사처벌 2건 그쳐... DVR 조작 의혹은 특검 인계
황교안·우병우는 서면조사... 박근혜는 조사 안해
한국일보

임관혁 대검찰청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참사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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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의 전면 재수사를 위해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단이 19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출범 1년 2개월 만에 활동을 마무리했다. 참사 피해를 키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해경 지휘부의 구조 실패, 당시 정부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방해 의혹 등을 규명해 관련자들을 늦게라도 재판에 넘긴 건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팀 외압 의혹’ ‘청와대의 감사원 감사 방해 의혹’ 등과 관련해선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빈손’으로 수사가 끝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검찰은 법무부나 청와대의 개입에 대해 “부적절한 점이 있었다” “감사가 소극적으로 진행됐다” 등의 평가를 남기면서 진상규명이 지연된 데에는 정부 책임도 일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7개 사건 중 13개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


대검 세월호 참사 특수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은 4ㆍ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등 유가족의 고소ㆍ고발 사건 11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수사의뢰 사건 8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중첩 사건을 제외하면 총 17개 사건 수사가 진행됐는데, 이중 사법처리는 이미 지난해 2월과 5월 각각 공소가 제기된 △‘구조책임 방기’ 해경 지휘부 11명 △‘특조위 활동 방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부 관계자 9명 등에 그쳤다. 이후 새로 재판에 넘긴 사건은 없다는 얘기다.

‘AIS 항적자료 조작 의혹’ 등 13개 사건은 ‘혐의 없음’ 처분으로 종결됐다. 나머지 ‘세월호 DVR(영상저장장치) 조작 의혹’은 향후 출범할 세월호 특별검사팀에 인계하기로 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보수단체 부당지원 의혹’은 기존에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에 재배당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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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유가족들이 지난해 4월 12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보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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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지연' 법무부·청와대 외압 의혹은 '빈손'


관심의 초점이었던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팀 외압’ 의혹도 유가족에 의해 고발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광주지검이 2014년 7월 세월호 침몰 현장에 출동했던 목포해경 123정의 정장 김모 전 경위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황 전 장관과 우 전 비서관이 ‘해당 혐의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하면 구조 실패에 정부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두 사람이 판단, 검찰 수사에 부당 개입을 했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당시 대검 형사과장 등에게 법무부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에 대한 법리 검토 결과를 제시한 건 맞지만, 위법성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 단장은 “법무부의 의견 제시가 검찰 수사의 독립성ㆍ중립성 측면에서 부적절했고, 수사가 지연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 행위가 현저하게 부당하거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황 전 장관과 우 전 비서관에 대해선 서면조사가 이뤄졌다.

청와대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관련,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감사를 중단시키거나 감사결과 발표를 축소시켰다는 ‘감사 방해’ 의혹도 “압력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청와대가 2014년 5월 29일 감사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사 당일 받은 보고서면을 제출하지 않거나, 질의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됐다. 특수단은 “전반적으로 감사가 소극적으로 진행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청와대가 감사원에 ‘감사를 종료하라’ 등의 구체적 지시를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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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활동을 종료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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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국민 고소ㆍ고발 법률대리인단의 이정일 변호사는 “특수단이 참사 5년 뒤에야 해경 지휘부 책임을 물어 기소한 건, 참사 당시 수사 지연 외압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는데도,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형사부 실무진이 의견을 주고받은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장훈 4ㆍ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황 전 장관, 우 전 비서관에 대해 서면조사만 한 게 충분한 수사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유가족 사찰 의혹도 불기소… "박근혜 조사 안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ㆍ국가정보원(국정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의 경우, “두 기관이 실제 유가족들의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했다”고 특수단은 밝혔다. 하지만 미행ㆍ도청ㆍ언론 유포 등을 통해 유가족의 권리를 침해한 위법 행위까진 확인되지 않아 형사처벌에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4월 세월호 유가족 사찰ㆍ댓글 여론 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로 지모 전 기무사 참모장 등 4명이 불구속 기소된 사례와는 ‘동향 파악’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였다.

임 단장은 “국정원의 경우, 상급자 지시에 의한 행위라는 부분이 밝혀진 바 없다”며 “국정원 직원의 속칭 ‘단독 플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기무사에 사찰 지시를 한 혐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일체의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있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단장은 “세월호 유가족 등 바깥에서 보실 땐 특수단 수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할 거라 생각한다”며 깊은 조의를 표한 뒤, 1년 2개월간의 수사를 마친 소회도 함께 밝혔다. 그는 “하지만 법률가인 검사가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수사는 다 했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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