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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바이든 정부와 ‘새 출발’ 기대...美에 “끌려가지 않겠다” 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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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개선 뚜렷한 돌파구 찾기 어려울 것"
낙관도 비관도 아닌 갈등 속 협력 불가피
경제 자신감 바탕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
시진핑 "관계 발전에 역할 해달라" 주문도
한국일보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조 바이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AP 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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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은 새로운 갈림길에 섰다. 희망의 창이 열리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1월 2일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

미국 조 바이든 새 정부 출범을 맞이하는 중국의 속내가 복잡하다.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새 출발을 기대하면서도 양국 관계 개선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는 점을 또렷이 인식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미국 차기 정부를 향해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고 왕이 부장의 발언을 평가했지만, 뒤로는 언제든 휘두를 몽둥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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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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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바라는 최선의 상황은 2016년 이전의 미중 관계로 돌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잔재를 지우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경우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곳곳에 심어놓은 뇌관이 터져 양국이 탈동조화와 마찰, 충돌의 대립을 반복할 수도 있다. 물론 낙관도 비관도 아닌 중간 어디쯤에서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며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선이(沈逸) 푸단대 교수는 “양국 관계가 온건하게 발전하겠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 4년간 줄곧 수세에 몰렸다. 미국은 걸핏하면 중국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리고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구 동맹과 합세해 질타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끊임없이 부각시켰다. 하지만 중국은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를 의식해 대응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이 지난 대선 직후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충동적인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이성적”이라며 “중국은 보복이 아닌 협력 대상”이라고 관계 변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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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선전경제특구 40주년 경축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선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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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중국은 ‘대국’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미 관계를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와중에도 지난해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고, 2028~2035년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경제 체력을 견고하게 다진 덕분이다. 왕훙강(王鴻剛)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장은 “중국은 미국보다 제도와 규모, 시장의 우위를 갖추고 있다”며 “미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는 바이든에 맞서 단기에서 장기 전략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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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해 1월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문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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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미국과 대화에 나설 요량이다. 무역협상 1단계 합의문에 서명한지 1년이 지났지만 후속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최근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명예회장에게 보낸 답신 서한을 통해 “중미 경제무역 협력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하며 바이든 정부를 향해 운을 뗐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중 정책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집요해질 공세에 맞서 적극 대처하는 것만이 살 길이란 결연한 분위기다. “중국이 또 다른 미국이 되는 세계는 필요치 않다, 중국은 분명 더 나은 국가가 될 것이다.” 왕 부장의 일갈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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