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8 (토)

[당신의 돈] 삼천피 시대 어디까지 갈까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드디어 ‘삼천피(코스피 3000)’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난 7일 코스피는 3031.68로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도 3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코스피가 최초로 2000선을 돌파한 2007년 7월 이후 약 14년 만에 3000선 돌파에 성공한 것입니다. 1956년 3월 국내에서 본격적인 증권 거래가 시작된 이후로는 65년만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황소’가 상승장을 의미하는데, ‘흰 소의 해’인 신축년(辛丑年)에는 ‘박스피'에서 벗어나 최근과 같은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지난해 ‘동학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은 올해 초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통 주식 시장에서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장세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 ‘기관 투자자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재개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3월 16일부터 다시 공매도를 허용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삼천피는 얼마나 오래 가나?

조선일보

코스피 3100선 붕괴


코스피는 7일 3000선을 돌파한 뒤 8일에는 3100선도 넘어섰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화력은 엄청 났습니다. 지난 11일에는 기관 투자자들이 3조7000억원을 순매도 하면서 ‘코스피가 이대로 3000선을 내주나'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인 4조5000억원을 순매수하기도 했습니다. 코스피 1000선 최초 도달시에는 4일, 2000선 최초 도달시에는 단 하루 1000과 2000 이상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이번에는 7일 동안 3000선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공포지수’라고도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V-코스피 200)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랐습니다. 코스피 옵션 시장 참여자들의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전망을 담은 지수로 보통 이 지수가 오르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공포지수'라고도 부르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락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기 보다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이제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기관 투자자들의 매도세 속에 코스피는 지난 15일에는 3100선을 엿새 만에 내줬습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빚투(빚을 내서 투자)는 혹시 예상치 못한 쇼크로 조정이 오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사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앞으로 코스피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코스피가 지난해 말부터 급등한 걸 고려하면 시장 과열을 식혀가는 시기가 필요한 것도 같은데,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죠. 일부에선 코스피가 3000선 위 아래로 출렁이며 당분간 과열을 해소하는 기간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다른 일부에선 수출 등 실물 경제와의 괴리를 고려하면 10%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합니다.

◇“개미가 아니라 기관 같다”

조선일보

11일 하루 동안 170포인트 폭으로 오간 코스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통 개인 투자자들은 ‘소문’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게 대북주라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 오를 것이다', ‘유력 정치인 누구와 관련 있는 주식을 사라'는 식의 소문을 믿고 중소형주에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엔 개미들이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본지가 한국거래소 통계를 분석해보니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0개 중 9개가 시가총액 20위 이내 기업들이었습니다. 이는 2019년과는 반대인 보습인데요. 2019년엔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가운데 SK텔레콤(당시 시총 15위) 한 종목만 시총 20위 안에 드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만큼 ‘믿을만한 큰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인데요.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서도 애플, 아마존 등 큰 기업들이 수익도 많이 나고, 위기 시에도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것을 보고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증시로 흘러온 자금들이 예금이나 적금에서 온 자금인만큼 ‘수익성이 크지만 위험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무조건 증시에서 이익을 얻어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난해 코스피 주요 종목 200개 중에서 손실(연초에 비해 연말 주가 하락)이 난 종목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처럼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투자를 했다가 손실을 보기 쉽습니다. 지금은 안전하게 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그럼 이러한 시기 개인 투자자들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요?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이러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유선생(유튜브 선생님)’으로 변신했습니다. 박 회장은 LG화학 같은 배터리 기업이 수익성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환경 분위기 속에 전기차 기업들이 주목받지만,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누가 쥐게 되든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회사는 성장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박 회장은 “미국 서부 개척 ‘골드러시’ 기간에 돈을 번 것은 금을 캐는 사람(전기차)보다 여관 운영하고 청바지 파는 사람(배터리)이었다”고 했습니다.

◇”공매도 영원히 금지하라” 개미 반발에 정부는?

조선일보

/조선일보 DB


현재 개미들의 주요 관심사는 ‘오는 3월 16일 공매도가 다시 허용될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이번 정부와 민주당은 그 어떤 정책을 했을 때보다 더한, 상상도 못 할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7일 오후 5시 현재 14만3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습니다. 정부가 답변을 내놔야 하는 기준점인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서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매매 기법입니다. 나중에 주가가 하락했다면 수익을 낼 수 있지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기업의 재무 정보를 주가에 미리 반영하고, 과대평가된 종목의 주가를 미리 끌어내려 일시적인 ‘버블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라고 봅니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공매도가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워서 주가 하락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매도가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만 주로 활용할 수 있는 매매 기법이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제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동학개미들의 목소리는 지난해부터 거의 그대로 반영됐거든요. 정부는 지난해 2023년부터 도입될 금융투자소득세의 기본 공제 한도를 늘렸고, 올해부터 예정된 대주주(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기준 강화도 포기했습니다. 그 와중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금융위는 과연 3월 16일부터 다시 공매도를 허용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는 매일 아침 재테크, 부동산, IT, 책, 영어 학습, 종교, 영화, 꽃, 중국, 군사 문제, 동물 등 16가지 주제에 대한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여기>를 클릭하시거나, 조선닷컴으로 접속해주세요.

[홍준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