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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하 11도 한파에 핫팩 하나로…” 물류센터 50대 근로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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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 “주당 근무시간은 최대 29시간이었다”

“물류센터 특성상 냉난방 설비 설치는 어려워”

동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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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일용직 근로자 A 씨가 근무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 씨는 영하 11도(℃) 한파 속에서 핫팩으로 추위를 견디며 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지난 11일 새벽 5시 15분경 경기 화성시 동탄 물류센터에서 근무를 마친 뒤, 야외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이었다. A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이 줄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단기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서 상품을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지 여섯 번째 되는 날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A 씨가 쓰러진 날은 기록적인 한파에 밤사이 최저 기온이 영하 10~11도까지 떨어졌지만, 작업장엔 난방장치가 없었다.

쿠팡대책위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9일 물류센터 내 강도 높은 노동환경과 환기·난방이 되지 않는 시설이 A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쿠팡대책위는 “당시 쿠팡은 난방을 하지 않았다”며 “난방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것은 하루종일 핫팩 하나였다. 게다가 쿠팡 물류센터는 개인 업무량을 일일이 감시하고 체크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을 하면서도 식사 시간을 제외하곤 쉴 새 없이 일해야 했다. 이런 환경이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족 측과 노조는 쿠팡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A 씨의 죽음이 살인적 노동 강도 때문이라는 비판이 일자 쿠팡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은 일용직 근무자로 지난해 12월 30일 첫 근무 이후 총 6일을 근무했다”며 “주당 근무시간은 최대 29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다만, 물류센터 특성상 냉난방 설비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쿠팡과 유사한 업무가 이뤄지는 전국 모든 물류센터는 화물 차량의 출입과 상품의 입출고가 개방된 공간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특성 때문에 냉난방 설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식당, 휴게실, 화장실 등 작업과 관계없는 공간에는 난방시설을 설치해 근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절기 모든 직원에게 핫팩을 제공하고 외부와 연결된 공간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에게 방한복 등을 추가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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