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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반대하던 국민의힘 ‘제2 윤석열’ 은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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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로 김진욱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야당, 원칙 고수하며 정권과 각 세울 가능성도 전망


한겨레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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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내 여·야 줄다리기가 계속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로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다만 야당은 보고서에 수사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담았다.

공수처 출범 반대했던 야당이 왜?

야당이 애초 공수처 출범 자체에 거세게 반대해왔던 것에 비춰보면, 김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가 순조롭게 채택된 것은 의외의 일이다. 하지만 이미 전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여야는 날 선 공방을 벌이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원론 수준의 답변이 좀 많았지만 큰 도덕적 하자는 없었다”고 했다.

야당의 태도가 누그러진 데는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이 한몫했다. 김 후보자는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절차적 정당성을 묻는 말에 “우리 헌법상 원칙이 피의자나 피고인이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누구한테도 이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법무부의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논란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나 특정 단체 출신, 편향된 인사를 배제하는 인사제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지금 법상의 공수처장의 차장 임명제청권 그리고 대통령 임명권 조문에 나온 그대로 행사하겠다”고 했다. 위장전입과 주식 투자 등 김 후보자를 둘러싼 몇 가지 논란이 있었지만 김 후보자는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 사과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겠냐는 야당의 추궁에 김 후보자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공수처의 생명줄과도 같다”고 안심시켰다. 야당이 별다른 지적을 하기가 어렵게 된 셈이다.

“자존심 센 법조인”…야당 ‘제2의 최재형’ 은근 기대

그러나 김 후보자가 검증 과정과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태도만으로, 앞으로 공수처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를 예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법조인으로의 자존심이 강해 정권의 ‘역린’도 건드리는 ‘제2의 윤석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있는 반면, 정치적 신념이나 소신이 뚜렷하지 않아 검찰이나 정권 어느 양쪽과 특별히 각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고 하더라. 오히려 청와대의 말을 안 듣고 최재형 감사원장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현 정권의 등에 칼을 꽂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법사위원은 “김 후보자에게 큰 흠결은 없어 보인다. 다만 공수처법 자체가 절차적 정당성을 잃었고, 수사경력이 부족한 점 등 때문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에는 부적격 의견을 담았다”며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후보자 본인이 자존심을 가지고 최재형 감사원장과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제2의 최재형이나 윤석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임명하겠나”라며 “답변을 대부분 애매모호하게 했다. 소신이나 자신감이나 이런 게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여당은 김 후보자가 윤 총장과는 분명히 다른 길을 것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선 김 후보자가 한 조직에 오래 몸담은 적이 없어 조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 여당 법사위원은 “윤 총장의 경우 검찰 조직 논리가 몸에 밴 사람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경우 판사, 변호사, 헌법재판소를 두루 경험했다. 특정 조직에 충성하는 성향이 몸에 배지 않아 중립적으로 공수처를 이끌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을 운영해 본 경험이 적은 것은 이후 공수처를 통솔하는 데에 약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다만 지금은 공수처 조직을 하나씩 설계하고 만들어 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김 후보자의 차분하고 치밀한 장점이 발휘될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민주당 법사위원도 “청문회에서 강하게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검찰개혁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있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뚜렷하게 밝혔고,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도 확고해 보였다. 공수처를 설립 취지대로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김 후보자가 사실상 공수처의 ‘운전대’를 잡을 차장으로 어떤 사람을 고르느냐에 따라 공수처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이날 국회에서 채택됐지만 실제 공수처가 ‘가동’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하면, 김 후보자는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 재직 1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인물로 차장을 제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차장이 임명되면 인사위를 꾸려 공수처 검사 23명, 수사관 40명 등의 인선 절차를 거친다. 공수처 검사를 임명하는 인사위원회 7명 중에는 야당 추천 몫도 2명이 포함되어 있는데, 야당이 또다시 추천권 행사에 뜸을 들일 가능성이 있다. 김 후보자도 전날 청문회에서 “수사처가 완성되려면 적어도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연서 정환봉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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