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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접을까? 말까?…LG 스마트폰 운명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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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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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권봉석 사장 /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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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 사업이 기로에 섰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만간 사업 향배를 결정하기로 했다. 누적적자만 5조원 규모로 밑빠진 독과 같은 스마트폰 사업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인데, 매각과 함께 사업부 축소, 타사업본부와 병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20일 LG전자에 따르면,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이날 MC사업본부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사업 매각설 등으로 동요하고 있는 직원들을 다독이기 위한 메시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사업 철수 여부까지 검토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 체질 개선을 위해 최근 수년간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 글로벌 생산지 조정, 새로운 폼팩터 출시 등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을 시행했지만, 23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5조 원 규모에 이른다. 막판 기대했던 스위블폰 ‘ LG 윙’의 부진이 컸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LG윙은 폼팩터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제품이지만, 국내 누적판매량이 10만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는 9위(점유율 2.2%)에 불과하다. LG 소비재 가전과 전장사업 등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지만, 삼성, 애플은 물론 중국 제조사들에게조차 밀리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경쟁력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권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비즈니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각이냐 축소냐 갈림길선 LG폰

LG전자는 “각종 억측이 많고 임직원 동요가 커져 CEO가 입장을 낸 것이며 이밖에 추가적으로 언급할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유지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매각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올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MC사업본부가 매년 1조원 가까운 적자로 LG전자 본체마저 휘청거릴 정도여서다. 지난해만도 영업적자가 80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만약 MC사업부 손실만 없었다면 LG전자 영업이익은 4조원대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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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이 부임한 이후 야심차게 제품 라인업 개편에 나섰지만 벨벳과 윙 등 신작이 사실상 실패작으로 평가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로로 스크린이 돌아가는 스위블폰인 윙에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국내 누적판매량은 10만대에도 못미쳤다. 2019년 이후 비용구조 개선을 위해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물량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베트남 등지로 생산라인을 이전했지만 여전히 적자구조는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는 다시 2000억원대로 올라서며 실망감을 키웠다.

권봉석 사장은 지난해 1월 CES에서 올해를 MC사업본부의 흑자전환 기점으로 언급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하다. 야심작 롤러블폰이 실적 반등의 신호탄이 될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새로운 폼팩터인 만큼 검증이 필요하고 최근 경쟁여건상 핵심부품 수급도 여의치않다는 평가다. 사실상 개발비 회수도 쉽지않은 상황이어서 특단의 조처가 없이는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구글, MS 등 인수거론...롤러블폰, 특허, 해외공장 등 매력적

LG전자는 현재 내부 연구개발인력을 정리중이다. 매년 일부 인력 배치나 조직개편이 있었지만 올들어서는 예년보다 규모가 크고 직원들의 반발도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 철수설도 이 과정에서 외부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존속시킬 경우 MC사업본부를 부로 축소하거나 타 사업본부와 병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있다. 이날 입장을 밝힌 권봉석 사장은 앞서 2018년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과 MC사업본부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따라서 내부개발인력을 줄여 TV와 사운드바, 무선이어폰 등을 담당하는 HE사업부와 합치는 형태로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말 ODM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ODM 물량도 70%까지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연구개발 조직은 롤러블폰 같은 프리미엄폰 일부 모델개발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통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사는 부인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페이스북 등 몇몇 인수 후보 기업의 이름이 돌고 있다. CES에서 살짝 공개한 롤러블폰으로 기업가치를 높였고 엔지니어 단계 구조조정이 이뤄진 만큼 매각 협상시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한다는 소문도 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관련 특허경쟁력이 상당한 데다 중국, 브라질, 베트남 등 해외로 생산공장을 이전한 것도 매수 기업측면에서는 매력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따라 베트남 등지 해외 생산기지를 휴대폰 사업진출을 원하는 현지기업에 매각할 수 도 있는데, 이미 어느 정도 협상이 진척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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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 /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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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대해 한 모바일 전문가는 “페이스북의 경우 개인정보 관련 당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폰 업체를 인수할 경우 부담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앞서 LG와 넥서스폰으로 협력했던 구글이나 현재 단말 포트폴리오를 확대중인 MS 등의 인수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설이 부품사들에 대한 견제구라는 해석도 있다. 퀄컴 등 부품업체들은 단말 제조사가 사라지거나 매각되면 엄청난 매출손실을 입게 되는데 그동안 프리미엄폰 물량감소로 모바일칩 등 핵심부품 구매단가협상에서 불리했던 LG전자가 ‘경고 사인’을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과거 팬택이 자금난에 빠졌을 때 퀄컴이 기존 로열티 채권에다 현금을 더해 100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도 도산시 타격을 우려했던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 박효주 기자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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