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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김광일의 입] 서울시장 선거 여야 대진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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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를 오래 한 동료들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그러면 대개 대답이 비슷해집니다. “중간에 우여곡절은 있겠으나 이런이런 사람들이 마지막 라운드에 남지 않겠어요?” 선거를 몇 달 앞둔 상황에서 오간 대화들이다. 그런데 결국 끝에 가서 보면 정치부 ‘고참’ 기자들의 말이 맞아떨어질 때가 많다. 혜성 같이 나타나는 후보들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는 반짝 하다가 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오랜 동안 정치부 기자를 한 동료들의 생각은 정말 희한하게도 보통 서울시민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그렇습니다.

오늘부로 금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야 대진표가 확정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르지만 골인 지점까지, 그러니까 마지막 경기장까지 마라톤 레이스를 펼칠 선수들 명단은 대충 결정됐다고 봐야 합니다. 먼저 여당부터 보겠습니다.

처음엔 박영선, 우상호, 추미애, 박주민, 임종석 이런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우상호 의원은 이미 오래전에 출사표를 던졌으니 공식 후보 대접을 받아도 되고요, 박주민 최고위원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확인된 셈이니 일단 이번 선거는 아니라고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박영선, 추미애, 임종석 세 사람이 남습니다.

먼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새해 들어 나는 우상호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본인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마음을 다 실어서 우상호 의원을 지지합니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일단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추미애 법무장관을 보겠습니다. 추 장관은 작년 1년 동안 정말 하고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윤석열 검찰총장 겸 차기 대선 주자와 표면적으로는 전례가 없을 만큼 유명짜한 갈등 국면을 연출하면서 언론 보도 순위로만 본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자리를 고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의 서울시장 의지도 그 누구보다 뜨겁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법무장관에서 물러나는 로드맵에 들어가면서 ‘자발적 사의 표명’이 아니라 사실상 문 대통령에 의해 ‘경질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적 모양새를 구기고 말았습니다. 추 장관이 문 정권의 강성 지지자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아 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게 추 장관의 뒷심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민주당 지도부의 인돌스(endorse), 즉 내부적 추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같습니다. 다음 주 박범계 차기 법무장관 내정자가 어떤 청문회를 치를지 봐야겠지만, 그에 따라 약간의 변화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튼 이번 주 상황까지 봤을 때 추 장관은 서울시장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오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장관 자리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사실은 어제 SBS 뉴스에 출연해서 이미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나 같습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황이 무거워졌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당을 위해서는 없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을 최대한 겸손하게 했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출마하겠다, 그런 뜻입니다.

그렇다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로는 여권의 1위를 유지하고 있던 박영선 장관은 왜 끝까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친문 진영의 확실한 지지를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박영선 장관의 측근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나가면 나는 안 나가겠다.” “이제 와서 안 나갈 수도 없는 거고, 결국은 등 떠밀려서 나갈 수밖에 없긴 한데, 이도저도 못 하게 돼서 고민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박 장관이 친문에게 삐진 티를 팍팍 낸 것이다.” “너희가 날 추대해야 나간다고 친문에게 어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 그래서 여권을 정리하자면, 박영선 중기부장관, 그리고 우상호 의원, 두 사람이 당내 경선을 치를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정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1) 이번 주 금요일 후보자 공모 시작, 2) 다음 주 수·목·금 후보자 접수, 3) 다음달 2일 공개면접, 4) 설날 연휴 사흘 전 경선 후보자 결정, 5) 2월 말 경에 서울시장 후보 최종 경선, 등입니다. 공모→접수→면접→경선후보 의결→경선, 이런 순서입니다.

그렇다면 야권은 어떻게 돼 있을까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야권에서 하이라이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임 민주당 시장이 성추행으로 세상을 버린 뒤 끝에 치러지는 선거이니만큼 귀책사유가 있는 여권보다는 야권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고, 더군다나 유명세나 지지율에서 야권 후보가 여권 후보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입니다. 안 대표는 모든 후보들을 섞어 놓은 여론조사에서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1대1 맞대결 상황을 놓고 봐도 여권 후보들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서울시장에는 절대 안 나온다고 공언했었습니다. 그러다 불과 두 달 만에 입장을 바꿔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지금의 낮은 인기로는 대선 출마가 어렵다는 판단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측근들은 ‘서울시장은 안철수, 다음 대선은 국민의힘’, 이런 구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 핵심 과제는 야권 단일화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집중돼 있습니다. 어제 안철수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당의 서울시장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그렇습니다. 자신은 국민의당 당적을 유지할 테니, 대신 국민의힘이 마련한 경선 무대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야권 단일화를 하자는 제안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뚱딴지같은 소리다. 우리 당은 우리대로 간다.”

사실 국민의힘 쪽에서 봤을 때 안철수 대표의 제안은 너무도 뻔히 속이 보이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경선 무대를 야권 전체에 개방하면 안철수 대표가 따 놓은 당상처럼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안 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해왔는데요, 당원 의사를 20% 반영하자는 경선관리위원회 방안을 뒤집고 일반 시민 여론조사 100%로 경선 룰을 잡았습니다. 사실상 안 대표를 위해 카펫을 깔아놓은 셈이지요.

대신 국민의힘의 요구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를 거절하는 안 대표 쪽 분석은 이렇습니다. " ‘그냥 안철수’와 ‘국민의힘 안철수’는 완전히 다르다. 그냥 안철수한테는 표를 줄 수 있어도 국민의힘 안철수한테는 못 준다는 사람이 엄청 많다. 왜냐면 자기를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국민의힘이 과거의 적폐로부터 아직 자유롭다고 보지 않고 특히 서울은 더 그렇다.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는 생각보다 적은 표차로 갈린다. 국민의 힘에 들어가는 것은 안철수에게 오히려 패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 두 사람 사이에 개인적인 감정과 앙금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김 위원장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실제로 들어보니 안 대표를 진짜 싫어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아주 가까웠던 건 맞는데, 안철수 대표가 예전에 김종인 위원장을 한 번 물 먹인 뒤에 상종을 안 한 걸로 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빅2’라고 할 수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이 서서히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 전 시장이 나 전 의원에 대해 잽을 날렸습니다. “서울시장 업무 파악에만 1년이 걸릴 것이다.” “인턴 시장이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을 향해 이렇게 맞받아쳤습니다.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10년 동안 서울은 많이 변했다.” 또한 자신을 ‘인턴’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영화 ‘인턴’ 추천한다. 연륜과 실력은 어디 안 간다”고 대꾸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일단 단일화 논의가 쉽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오세훈이든 나경원이든 국민의힘의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 안철수 대표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정치부 기자들은 ‘안오나’라는 유행어를 만들었습니다. 야권의 ‘빅3’인 안철수, 오세훈, 나경원, 앞 글자를 따서 ‘안·오·나’가 된 것인데, 설날 명절 전까지는 단일 후보가 오지 않을 것이란 이중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이 했다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자대결로 진행되면 민주당은 말 그대로 ‘탱큐’고,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돼도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나 금태섭 전 의원으로 단일화된다면 가장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야당보다는 여당 쪽에서 금태섭 전 의원을 더 어려운 상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오늘 확정된 여야 대진표에 어떤 변화가 올 것 같습니까. 여러분 생각이 정답입니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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