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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주유소의 변신’…신재생·전기차 충전 거점 만들기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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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탄소중립’ 확산 영향에 휘발유·경유와 ‘병행 공급’ 자구책 나서

SK에너지·서울시, 인프라 구축 협약…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도 시동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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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유소에서 홍보 모델이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SK에너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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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냄새로 가득하던 주유소들이 최근 ‘기름기 빼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수소차의 연료 공급을 위한 ‘전초기지’로의 변신을 모색하면서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휘발유나 경유 등 ‘탄소 기반 에너지’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상황에 대한 자구책으로도 해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휘발유냐, 경유냐’만 고를 수 있었던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설비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보급이 점점 늘어나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 수 있지만, 도심이나 도로변 곳곳에서 손쉽게 접근 가능한 주유소에 충전설비가 갖춰지면 전기차 대중화는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차량 연료 주입’의 거점인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기지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20일 서울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친환경 차량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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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SK에너지는 서울 시내 SK주유소·충전소 가운데 태양광 발전설비와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가 가능한 모든 곳에 해당 설비를 설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SK에너지 직영주유소 7곳에 144㎾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준공할 계획이다. 다만 현행 법령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전기차 충전사업을 함께 시행할 수 없게 돼 있는데, SK에너지와 서울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실증사업으로 이 같은 규제 개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종합 에너지 기업의 의미를 담은 ‘에너지플러스’ 브랜드와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선보였다. ‘정유업’에 사업을 한정짓지 않고 이동에 관한 모든 에너지를 다루겠다는 차원이다. 전기차·수소차 충전설비가 들어서는 것은 물론 전기자전거·킥보드 공유와 충전시설, 편의점과 식음료 매장, 드론 배송에 이르는 ‘생활 편의 복합공간’으로 주유소를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미래형 주유소 1호점인 서울 서초구의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에는 LG전자와의 협업으로 350㎾급 초급속충전기를 포함해 급속충전기 4대가 운영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가장 적극적으로 ‘주유소의 변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SK네트웍스로부터 전국 306개 직영주유소 인수를 마무리한 이후, ‘사양업종’으로 여겨지기까지 하던 주유소의 장점을 발굴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온라인상거래 기업 쿠팡과 손잡고 유휴 공간을 로켓배송의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활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22개 주유소에서 운영 중인 물류센터는 올해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전기차 충전 수요를 잡기 위해 2023년까지 자사 주유소 200곳에 충전설비를 들여놓을 예정이다.

지난 연말 ‘비전 2030’을 발표한 에쓰오일은 ‘친환경 에너지 화학 기업’을 내걸고 수소·연료전지·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기자전거 공유업체 ‘일레클’과 제휴한 에쓰오일의 일선 주유소에는 자전거 충전·주차시설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다만 주유소와 정유업계의 이 같은 탈바꿈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만으로 올릴 수 있는 수입이 미미해 줄어드는 휘발유·경유 매출을 보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집집마다 전기차 충전설비가 갖춰지면 차량 연료 주입을 위해 주유소를 찾을 일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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