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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자영업 손실보상제…수십조 돈 구할 방법은? 나눠줄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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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법안 발의…與, 최대 100조원 소요비용 추산

“법적 장치 만들어야” Vs “매출 현황 보고 지원해야”

보궐선거 앞두고 표퓰리즘 비판도, 재정 부담 불가피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론화하면서 재원 마련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추가로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추진하게 되면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정 부담이 발생하게 돼 건전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완책으로 코로나 이익공유제가 거론되지만 ‘코로나 특수’를 누린 기업들의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방안도 법으로 강제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다. 재원도 문제지만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산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손실보상을 법제화하는 게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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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제한만 있고 보상은 없는 코로나19 영업 제한조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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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 자영업자 지원하지만 법제화 안돼”


정치권 중심으로 제기되던 ‘자영업자 손실보상법’은 정세균 총리가 20일 “상반기 입법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의 방역 조치로 장사를 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합법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게 정 총리의 판단이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최근 수도권 4개 지역에 긴급산태를 선포했는데 영업시간을 단축한 음식점 등에 하루 6만엔(약 63만원)씩 한달간 최대 180만엔(1900만원)을 지원한다.

미국은 소상공인에게 저금리 대출 형태인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임대료·인건비 등의 고정비를 지원하는데 대출 취지에 부합할 경우 전액 탕감이 가능하다. 독일은 중소기업에 대해 100만유로(약 13억3000만원) 한도에서 평상시 매출액 최대 75%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서는 2·3차 재난지원금을 통해 소상공인에 두차례 100만~300만원의 현금을 지급했지만 한달 임대료도 안돼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 지원이라는 불만이 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방역차원에서 집합제한·금지 조치를 받은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국가가 보상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합제한·금지로 경제 손실을 입은 경우 손실보상금을 지급토록 하는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당의 강훈식 의원도 집합제한·금지 시 최저임금액 상당의 비용을 보전하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야당도 자영업자 손실 보상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코로나특위 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제 손실 등을 어떻게 보상할지 적극 검토할 시기”라며 “정부 재정을 적극 투입해야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이다. 강 의원은 지난 1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자영업자 손실 보전을 위해 한달 7290억원, 연간으로는 8조7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19일 개최한 토론회에서 민병덕 의원은 자여업자 손실보상 소요를 월 24조7000억원, 방역 조치 기간 4개월 감안시 98조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연초부터 재정 씀씀이 커져…나랏빚 부담 급증

자영업자 손실 보상에는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부담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로 인해 국가재정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올해 연말 기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47.3%인 956조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연초에 벌써 9조3000억원의 재정을 지출한 상태에서 추가 지출은 큰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추경을 해야 하고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법제화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박병희 순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행정적으로 제재를 가했으니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법적인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국가채무 우려가 많지만 정부는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거고 아직 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는 “3차 재난지원금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는 (형평성) 논란이 많았다”며 “정부가 차분히 매출을 보고 자료를 다 확인해 손실을 입은 사람에 대한 지원금을 주겠다는 방향은 맞지만 법제화해서 지원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영업제한·금지 조치를 함께 받은 음식점이라도 배달 인프라를 잘 갖춘 곳은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똑같은 보상을 받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업체별로 매출액 증감폭이나 임대료·인건비 같은 고정비 등이 다양한데 모든 자영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확한 피해 분석이 어려운 여건에서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거론하는 것은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표(票)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피해 보상이라고 말하지만 선거철을 앞둔 지금으로선 사실상 위로금 형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보상금 규모가) 더 늘어날 경우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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