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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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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내편만 내곁에… 盧청와대·부엉이 모임으로 내각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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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쓰기 인사’ 갈수록 심화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외교부를 포함해 3개 부처 장관을 내정하는 등 최근 3차례 인사로 내각 절반을 교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신과 일해온 인사와 친문 현역 국회의원을 발탁하면서 “내편 인사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옷깃이라도 스쳐야 장관을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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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2021년 국정운영 구상과 방향을 국민들께 제시하는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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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이날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신임 장관 후보자로 각각 지명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더불어민주당 황희·권칠승 의원은 모두 노무현 정부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즌2″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내면서 관료와 행정관 등으로 인연을 맺었다. 외교관 출신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조언을 하면서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후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외교 멘토로 삼았다. 2017년 대선 땐 외교자문 그룹인 ‘국민 아그레망’ 단장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안보실장을 3년간 맡겼다. 황희 후보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었으며 권칠승 후보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다. 이때 민정비서관이 얼마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된 전해철 장관이고, 당시 민정수석이 문 대통령이었다. 황 후보자, 권 후보자, 전 장관 모두 민주당 내 친문 모임인 ‘부엉이 모임’ 주요 멤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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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황희, 권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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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발표한 박범계 법무·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가까워진 뒤 2012년,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을 도왔다. 전 장관과 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냈고, 한 후보자는 노사모 출신이다.

이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모두 통과하면 전체 18부처 장관 가운데 13명(72%)이 노무현 정부 또는 대선 캠프 출신으로 채워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청와대 수석급까지 범위를 넓히면 노무현 정부와 대선 캠프 등에서 일한 사람들은 29명 중 21명으로 늘어난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비서관이었던 신현수 민정수석, 국정원 3차장을 지낸 서훈 안보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내각은 초기부터 친문 위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임기 말로 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신년 회견 때 4월 총선이 끝나면 야당 인사를 뽑아 협치 내각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장관 인사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 인사를 기용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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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을 지켜봤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레임덕 현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배신하지 않을 정치적 동지’나 ‘믿을 만한 사람’을 곁에 두려고 한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민주당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 관료조직에 휘둘리면서 실패한 정책들을 양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초기보다 지금 국정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다양한 인재를 쓰지 못하고 자기 사람만 돌려 쓰는 ‘회전문 인사’를 하다 보니 인사 때마다 능력과 자질, 전문성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날 내정된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문화·체육·관광 분야 활동 이력이 거의 없어서 문체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황 후보자가 민주당 홍보위원장 등을 역임했던 점을 제시하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쉬운 현역 국회의원들을 대거 장관으로 앉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에서는 삼권분립 훼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장관 후보자들이 모두 임명되면 전체 18명 장관 중 3분의 1인 6명이 국회의원직을 겸직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장관 42명 중 13명(30%)이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권 말기 측근 정치인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있어왔지만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앉히는 ‘막무가내’ 인사는 정말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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