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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수사팀 전원, 이성윤 찾아가 “한동훈 무혐의 왜 결재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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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채널A 수사팀 집단 항명

檢 안팎 “李지검장 통제력 무너져”

검사들, 뭉개던 최강욱 수사도 재개

조선일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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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의 ‘채널A 사건’ 수사팀 검사 전원이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결정’을 수개월째 뭉개고 있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최근 면담해 ‘무혐의 의견’을 재차 전달하고 결재를 요구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을 상대로 한 사실상의 집단 항명(抗命)”이란 말이 나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채널A 사건을 수사해 온 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지난달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이유 등이 담긴 1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올렸다. 그럼에도 이 지검장이 결론을 내리지 않자 형사1부 소속 검사들은 지난주쯤 면담을 신청해 장시간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앞서 최성필 2차장도 이 지검장 지시로 채널A 사건 기록 전체를 검토한 뒤 수사팀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면담 당시 이 지검장은 ‘알았다’고만 했고 여전히 결재를 미루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이 소속 기관장에게 ‘사건 처리 결정을 끌지 마라’고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할 경우,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장관이 발동한 검찰총장 지휘권, 윤 총장 징계 청구의 토대가 모두 무너지기 때문에 이 지검장이 버티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법조계에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있어서 이 지검장이 수사 실패를 자인(自認)하는 결재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조직 통제력이 무너졌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중앙지검 검사들의 사건 처리 내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형사1부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피해자에 해당하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서면 조사했다. 작년 4월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9개월 만에 수사가 본격화된 데 대해 일선 검사들은 “곧 있을 검찰 인사는 물론, 지검장이나 여권 눈치를 보지 않고 사건을 결대로 처리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한 형사7부는 작년 12월 나경원 전 의원 관련 13건의 고발 사건을 모두 무혐의 처리했고, 형사6부는 작년 11월 윤석열 총장이 처가 관련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을 무혐의 처리했다. 모두 추 장관과 여권의 지원 아래 이 지검장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은 사건들이었다. 이 지검장은 작년 말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에 반발해 전국 규모의 ‘검란(檢亂)’이 일어났을 당시, 중앙지검 차장들은 물론 부장검사들로부터 용퇴를 요구받기도 했다. 그들 중에는 이 지검장이 밀어붙이다 실패한 사건 수사에 핵심 참모 역할을 했던 간부들도 있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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