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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트럼프, 김정은에 너무 많이 내줘···도발은 북미회담 늦출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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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베라 미 하원 동아태소위원장 인터뷰

"바이든 정부, 한국과 더 많은 협력·대화"

"한미 합동 군사훈련 일부 재개될 것"

"방위비 분담금 지금 수준에서 즉각 타협"

"주한미군 감축은 트럼프 혼자만의 생각"

중앙일보

아미 베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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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에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도발은 4차 북미 정상회담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직후 북한이 미사일 시험에 나설 수 있는 관측과 관련해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미 베라 의원(캘리포니아)은 우려와 함께 경고의 메시지를 내놨다. 1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북미 정상 간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당장은 새로운 한반도 전담팀을 잘 짜고, 동맹과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포기했다"며 축소된 한미 연합 훈련 재개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시대에는 트럼프식의 '예측 불가능'한 대북 접근법을 벗어나 한미 간에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난항을 겪은 한미 방위비 협상도 "바로 테이블에 앉아 결론을 내리고, 지금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지명자가 인준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한국과 방위비 분담 협상을 조기에 타결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주한미군의 규모와 관련해선 장차 협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그 시점이 아니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2013년 하원에 입성한 베라 의원은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토머스 수오지 하원의원과 한미동맹 강화 결의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한미관계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와 차기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A : 우리 의회도 그랬지만 한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방향으로 가려 하는지 짐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4년 전을 떠올려 보자. '화염과 분노'를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예측 불가능'이다.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한국 사이에는 좀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이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이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 중 한 명이다. 바이든 당선인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내정자, 새 외교안보팀은 즉시 두 나라의 강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할 것이다.

Q :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A : 나는 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1차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포기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축소한 것 등 말이다. 이들 훈련은 양국에 모두 중요했다. 내 생각에 일부 합동 훈련은 재개될 것이다.

중앙일보

지난 14일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기념 열병식에 신형으로 보이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등장했다. 아미 베라 의원은 "미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북한이 도발하면 4차 북미 정상회담과는 멀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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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북한이 바이든 취임식에 맞춰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A : 우리는 그간 북한과 김정은에게 그와 같은 도발을 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그런 도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런 도발은 서로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 장차 '4차 북미 정상회담'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Q : 조만간 바이든 신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 수 있을까.

A :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팀을 구성하고, 한국에 신임 대사도 보내야 하고, 북한 문제를 전담할 특사도 필요하다. 이런 게 당장 급한 일들이다. 그러고 나서 한국 정부뿐 아니라 일본 등 지역 내 동맹들과 협의를 하면서 대북 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Q :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영향은 은 어떻게 될까.

A : 트럼프 정부의 요구 수준이 너무 높았다. (한국이) 신의를 가지고 분담해야 할 몫을 높여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바이든 정부는 바로 협상장에 앉아서 결론을 내리고 지금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라고 본다. 이는 양국이 가장 먼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의회 차원에서도 결론을 보기를 원하고 있다.

Q :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수시로 언급됐는데.

A : 지금은 감축할 때가 아니다. 장차 그런 논의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한다고 하고, 중국과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의회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 모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 혼자서 한 이야기다.

Q : 지난 6일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의회에 있었나?

A : 하원 회의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의사당 내에 있었다. 미국 역사에 있어 슬픈 날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실정이 정점을 찍은 날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상·하원 의원들이 그날 밤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가 바이든과 해리스의 당선 인증을 마친 것은 매우 중요했고 잘한 일이었다. 이로 인해 내일(20일)이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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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베라 미 하원 의원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토론 연설을 하고 있다. [CSpa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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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임기를 마친 대통령을 굳이 탄핵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A :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그가 공정한 선거를 뒤집으려고 하고, 우리 헌법을 거스르고, 민주주의 원칙에 맞섰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하원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제 상원이 나설 차례다. 탄핵은 그를 단지 집무실에서 쫓아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 출마하지 못하게 막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선거에 나서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 대통령직뿐 아니라 어떤 자리에도 말이다.

마침 지난 5일 결선투표가 있었던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의 결과가 이날 승인됐다. 존 오소프, 라파엘 워녹 등 두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인증되면서 상원 구성은 민주당과 공화당, 50대 50이 됐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이라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지만,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기 위해선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날 공화당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의회 난입 사태의 책임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 내 표심도 알 수 없게 됐다.

Q : 상원 탄핵 심리에서 유죄 결정이 날 확률을 어느 정도로 보나?

A : 모든 상원의원도 그날 폭동을 눈으로 봤다. 선거에 진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놓지 않고 다음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 것을 목격했다. 팩트는 아주 명확하다. 나는 우리 동료 상원의원들, 특히 공화당 동료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민주주의에 끼친 위험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Q : '트럼프 대통령은 가도, 트럼피즘은 남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A : 미국 내에 항상 인종차별과 백인 중심의 국수주의가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이번에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이제 정면으로 맞서, 이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지난 6일 일어난 일 덕분에 (이런 행동이)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다. 지금 법 집행기관이 폭동을 일으킨 이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2년 동안 의회 역시 이 문제에 있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지난 6일은 우리 민주주의에 있어 큰 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겪으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나아지고 강해질 것이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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