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단독]이성윤 찾아간 수사팀 전원 "한동훈 무혐의 결재하라"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참다못한 검사들 집단 요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팀 검사 전원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찾아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보고서를 결재해달라고 집단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 검사 전원은 지난주 후반께 이 지검장 면담을 요청하고 검사장실을 찾아가 직접 채널A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수사팀 검사들은 한 검사장을 무혐의로 처리해야 하는지 이유부터 왜 더는 결재를 미뤄선 안 되는지까지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고를 들은 이 지검장은 그 자리에선 “알겠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여전히 결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그 사안에 대해서는 검토가 진행 중이고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참다못한 검사들의 집단 요구엔 현재 형사1부 수사 검사들과 예전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까지 5명 안팎의 검사가 참여했다고 한다. 변필건 부장검사가 동참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해 7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성윤 지검장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 결재를 뭉갠 지는 이미 한 달을 넘겼다. 앞서 이 지검장은 지난해 12월 초 사의를 표명한 김욱준 중앙지검 1차장검사 대신 최성필 2차장검사에게 사건 검토를 맡겼다. 이에 최 차장검사도 수사팀이 작성한 130여쪽의 무혐의 이유보고서를 검토한 뒤 “수사팀 결론이 옳다”는 취지의 의견을 올렸지만, 이 지검장은 이마저 묵살했다. 수사팀은 지난해 8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공소장에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형사1부는 지난해 4월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상당히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이날 파악됐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가 고발한 이 사건은 최 대표가 4·15 총선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해 4월 3일 페이스북에 쓴 ‘편지와 녹취록상 채널A 이동재 기자 발언 요지’란 제목의 글이 허위사실이라는 게 골자다.

중앙일보

지난해 4월 3일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채널A 기자 녹취록 요지'. 시민단체 '법세련'은 지난해 4월 이 글을 쓴 최강욱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가 해당 혐의를 수사 중이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시 최 대표는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주었다고 해라”“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한마디만 해라”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물론 이 전 기자의 재판 과정에서도 최 대표의 글이 사실이라고 입증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이 전 기자는 지난 18일 최 대표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수사한 수사팀에 “최 대표의 글은 거짓”이란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 대표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 사건을 9개월간 뭉개왔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고발인 조사는 이미 고발 당시에 이뤄졌고, 사실관계가 사안마다 대부분 겹치거나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제 조사를 시작했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다. 이미 관련자들에 대해서 조사가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중앙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로 기소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총선 기간 중 인턴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가 적용돼 기소된 상태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고발인인 최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검찰 관계자는 최 대표와 관련해 “웬만해선 (조사받으러) 나오는 분이 아니잖느냐. 구체적인 건 확인할 수 없지만, 가능하고 필요한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발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된 이 전 기자 측은 “사안 자체만 보면 최 대표를 소환하지 않고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대표의 글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한 일명 ‘제보자X’ 지모씨의 주장을 토대로 한 것인 만큼 지난해 수사팀 내부에선 지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지휘라인이던 정진웅 형사1부장(현 광주지검 차장검사)-이정현 1차장(현 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중앙일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독직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엔 이 전 기자 등에 대한 공판에서 지씨의 법정 증인 채택도 불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소재조사촉탁(경찰에 증인의 소재를 조사해달라고 위임하는 절차) 결과 “지씨를 찾을 수 없고 소재파악이 힘들다”고 이유를 댔다. 하지만 지씨는 지난해 11월 ‘이오하’란 필명으로 책 『제보자X, 죄수와 검사』를 내고 ‘제보자X의 제보공장’이란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는 등 공개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지휘부는 지씨 압수수색을 주장한 검사를 수사팀에서 배제하며 막았고, 법원은 책을 내고 방송도 하는 사람을 소재불명이라고 증인 출석을 면해줬다. 그 사이 지씨는 SNS를 통해 계속 사법시스템을 조롱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