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단독]이성윤,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틀어막았다

댓글 1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반부패부가 ‘불법출금' 수사중단 압력.. “정보유출만 수사하라”

조선일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2019년 3월 김학의 전 차관의 출국정보 유출의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당시 ‘불법출금’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 이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수사 중단’ 압력을 넣은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압력을 받은 안양지청은 대검 요구에 따라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출금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 동부지검장에 사후 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 진행계획 없다’는 문구를 넣어 수사보고서를 대검에 올렸다. 대검 반부패부가 수사팀이 자체 판단으로 불법출금 수사가 필요없다고 판단한 것처럼 만들어 수사를 무산시킨 것이다.

21일 추가 공익신고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2019년 4월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법무부로부터 김학의 전 차관에게 출국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공익법무관 2명과 신원을 알 수 없는 법무부 출입국 직원들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았다.

수사팀은 그해 4~6월 출입국 공무원들의 휴대폰에 대한 포렌식 결과를 조사하던 중 출입국 공무원들의 김 전 차관 출국정보 무단 조회 사실과,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가 출금요청서와 승인요청서에 ‘가짜 사건번호’를 넣은 사실을 알게 됐다. 수사의뢰와 함께 송부된 법무부 감찰 결과에는 출입국 공무원 3명이 김 전 차관 출국정보를 177회 조회한 기록도 첨부돼 있었다. 수사대상은 ‘정보유출' 이었지만 이와 달리 이규원 검사와 법무부 출입국 직원들이 불법을 저지른 증거가 나온 것이다.

수사팀은 출입국 직원들을 소환조사했고,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계획도 작성했다. 관련자 7명의 통화내역을 분석했고, 총 18대의 휴대폰에 대한 포렌직 작업도 진행했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보고서를 작성한 출입국심사과 A서기관에 대해 전화조사도 시도했다. 차규근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 본부장 등 출입국 간부들에 대한 조사도 계획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그 무렵 대검과 법무부 등 여러 경로에서 ‘수사를 중단하라’ ‘수사의뢰받은 정보유출로 수사를 한정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특히 대검 반부패부로부터 법무부 출입국 직원에 대한 통화 경위를 보고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당시 이 검사장이 직접 연락하지는 않고 반부패부 핵심 간부를 비롯한 여러 경로로 이 같은 요구가 전달돼 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성윤 검사장 결정 없이 이들 간부들이 ‘수사중단’ 요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수사팀은 ‘수사 중단’요구에 따라 그해 7월 4일 무렵 대검 반부패부에 ‘출금정보 유출 의혹 사건 수사결과’ 보고를 올렸다. 수사의뢰받은 두 명의 공익법무관 및 자체 조사한 출입국 공무원들에 대해 정보유출 혐의가 없다는 수사결과 보고였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 전언에 따르면 일선 검사들은 반발했지만 이런 상황이면 향후 수사를 하더라도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수사팀은 첫 수사결과 보고에서는 ‘긴급출금’에 대해선 따로 수사중단여부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대검 반부패부로부터 수사팀에 ‘긴급출금' 과 관련,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 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되어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다”는 내용을 넣어 달라는 요구가 여러 경로로 전달됐다고 한다. 수사팀이 직접 이규원 검사의 출금 요청이 문제가 없었고, 동부지검장 사후 허락도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보고서에 남기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당시 동부지검장은 23일 오전 7시 이성윤 지검장으로부터 ‘동부 사건번호를 붙였다’는 ‘통보’와 함께 이를 추인해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사후보고’로 가짜 내사번호를 정당화할 상황이 아니었다.

안양지청 수사팀은 검사 비위를 인지하면 관할 고검에 보고하도록 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이규원 검사의 허위공문서 작성에 대해 수원고검에 보고할 계획이었다. 수원고검이 보고를 받으면 안양지청 상급기관인 수원지검이 이를 수사하게 된다. 하지만 반부패부의 수사 중단 요구에 따라 수원고검에 대한 보고도 이뤄지지 못했다.

대검 반부패부는 안양지청 수사 과정에서도 개입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출국정보 유출 사실로 수사범위를 한정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안양지청이 출입국공무원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 하자 이를 중단시키고, ‘야간에 급박하게 출금이 이뤄져 더 이상 수사진행 계획이 없다’는 보고서까지 쓰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본지는 이성윤 검사장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이 검사장은 본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한편 당시 대검 반부패부의 한 관계자는 “2017년부터 검사 등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려면 본청과 대검 반부패부 승인을 받도록 했는데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겠다는 정식 승인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짜 내사번호 등은 당시 보고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동부지검장 승인 없이 이규원 검사 혼자 출금요청을 했다는 내용이어서 (수사팀에) 동부지검장에 확인해 보라고 한 게 전부”라며 “수사팀 스스로 사후보고 여부를 확인해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확인됐다'고 적었고 , 반부패부에서 수사 중단을 지시한 실은 전혀 없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