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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다주택자 안팔고 물려주자… 정부 '증여세 할증'까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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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증여 2만3675건
전년比 1.9배 늘어 '역대 최대'
매물 늘리려는 정부 움직임에
전문가 "징벌적 과세 반발 클 것"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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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부동산 증여세 할증 과세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높은 세율의 양도소득세를 낼 바에야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증여세를 내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쪽을 택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다주택자들의 편법증여를 막고 매물 출회를 늘려 기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의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추가대책 긴급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의원은 "다주택자들의 '편법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 증여세 할증과세를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최근 보유주택을 파는 대신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들이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거래 현황(신고 일자 기준)을 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증여는 9만1866건이다. 2006년 관련 통계 공개 이래 가장 많다. 지난해 정부 발표 이후 매매 대비 증여 건수가 급증하면서 증여에 따른 매물잠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증여 '역대 최다' 왜?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만3675건으로 전년(1만2514건) 대비 1.9배로 급증하며 역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서울 25개구 중 아파트 증여가 많은 곳은 송파구(2776건), 강동구(2678건), 강남구(2193건) 등으로 강남권 4구에 집중됐다. 강서구(867건)는 전년(235건) 대비 아파트 증여 건수 증가 폭이 3.7배에 달했다.

이런 추세는 심화할 전망이다. 정부가 오는 6월 1일부터 적용키로 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안을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밝힌 만큼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는 다주택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6·17,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부동산 취득·보유·처분 등에 대한 단계별 세 부담을 강화한 바 있다.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최고세율이 45.0%지만 당장 6월부턴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세율이 10∼20%포인트에서 20∼30%포인트로 올라간다. 양도세율이 최고 75%에 달하는 셈이다.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하거나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2채 보유한 다주택자는 최고 6.0%의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한다.

이에 비해 증여세율은 10~50%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중과되는 양도세율에 크게 밑돈다. 돈이 당장 급한 게 아니라면, 다주택자 입장에선 주택 양도차익의 75%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보단 50%의 증여세를 내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쪽이 보다 합리적이다. 정해진 세율 가운데 보다 낮은 세율을 택한 것인 만큼 위법도 아니다.

예컨대 5년 전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94㎡를 2016년 1월 당시 시세인 16억2000만원에 매수한 3주택자가 최근 실거래가인 35억9000만원에 집을 팔았다면 시세차익은 19억7000만원으로 양도세는 13억3482만원가량이다. 하지만 이 집을 성인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는 12억7070만원으로 약 6000만원 적다.

지난해 7·10 대책에 따라 양도세가 강화되는 6월 1일 이후부턴 격차가 더 벌어진다. 같은 시기에 집을 산 2주택자라도 양도세는 13억3482만원으로 뛰고 3주택자는 15억5124만원이 된다. 증여세는 그대로 12억7070만원이다. 앞으로도 아파트값이 상승한다는 심리가 지배적이라면 증여를 택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증여세 할증과세로 매물 유도

공급을 늘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 입장에선 다주택자가 증여 대신 매도를 택하게 하려면 증여세 할증과세밖에 남은 카드가 없다. 앞서 양도세 인하 등 규제완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시장에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줘 오히려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당정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여세 할증 도입도 시장에 매물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매물이 잠길 것이란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얼마나 올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물 출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징벌적 과세라는 반발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의 증여를 막거나 할증과세를 신설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건물엔 일반 세율을 적용하고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만 세율을 높이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금이 과세 용도가 아니라 징벌적으로, 특정인을 목표로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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