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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10조 주식부자' 김범수, 왜 '이 타이밍'에 1000억대 증여카드를 빼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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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의장, 아내·자녀 등에 33만주 증여…1452억원 규모

"가족에게 마음의 빚 있었을 것"…증여 후 김 의장 지분가치 9조원

뉴스1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2019.9.2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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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카카오 창업으로 지분가치가 10조원에 육박하는 '주식부자' 김범수 의장이 부인과 두 자녀, 친인척 11명에게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 33만주(1452억원 규모)를 증여해 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김범수 의장의 보유 지분가치에 비하면 1% 남짓한 '소액'이지만 '책임경영'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창업주의 주식변동 관련 결정은 예민한 문제다. 특히 가족과 친인척에게 거액의 주식을 증여하는 일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기 마련이다.

주가도 역사적 고점이다. 카카오의 52주 신고가가 46만3000원인데 증여 시점 당시 주가는 44만원이다. 보통 증여세 부담때문에 '증여하기 좋은 때'는 주가하락기가 선호된다.

이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 의장이 예민한 '가족 및 친인척 주식 증여'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뭘까.

◇한게임·카카오 사업흥행 뒤에 가족 지원 있었다

김범수 의장은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 정도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삼성SDS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회사를 퇴사했다.

사업 자금을 위해 시작한 사업은 PC방이었다. 그는 1998년 한양대학교 앞에 '미션넘버원'이라는 대형 PC방을 차렸는데 이 PC방은 개업 6개월 만에 5000만원을 모았을 만큼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PC방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창업한 회사가 현 NHN의 전신,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이다.

그가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하면서 PC방 운영은 아내의 몫이 됐다. 한게임 서비스가 흥행하기 전까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것은 사실상 아내였다.

김 의장의 처남인 형인우 씨도 김 의장이 사업을 지지한 핵심인물 중 한 명이다. 삼성SDS 개발자 출신의 형인우 씨는 매형을 도와 NHN에서 개발팀장과 아이위랩(카카오의 전신) 이사로 일했다. 형 씨는 지난 2014년 김범수 의장에 이어 개인 자격으로는 가장 많은 양의 카카오 주식을 보유한 바 있는데, 그가 카카오 창업에 미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카카오 성장하며 김범수사단 돈방석…가족에 늘 마음의 빚"

가족의 든든한 지원아래 오늘날의 카카오를 일궈낸 김 의장이지만 창업주인 만큼, 회사의 덩치가 커져도 본인 주식은 팔기가 쉽지 않다.

카카오는 스톡옵션 등 주식으로 보상하되 연봉 자체는 낮은 편이다. 지난해 3월 공시된 '2019년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김 의장이 수령한 연봉은 5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대신 김 의장이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 지분가치는 약 9조7200억원에 달한다. 김 의장이 보유한 지분은 본인 명의 1217만631주(지분율 13.74%)와 케이큐브홀딩스 992만9467주(지분율 11.21%)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2대 주주로 김 의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그의 지분가치는 1년 새 무려 6조원 이상 급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훈풍을 타고 카카오 주가가 1년 새 2.6배 뛰어올랐지만 김 의장은 지난해 기부를 제외하고는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포함해 과거 김 의장과 함께 사업을 일군 김범수 사단이 기업공개(IPO) 등으로 줄줄이 보상을 받았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금전적인 보상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김 의장 마음의 빚으로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창업 초기 멤버인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를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시키며 돈방석에 앉았다. NHN에서 인연을 맺고 현재 카카오의 새로운 먹거리인 웹툰·웹소설을 이끌고 있는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도 올해를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가족에게 주식을 증여하게 되면 일각에선 부정적인 의견을 낼 것이란 것을 김 의장 역시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도 증여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간 도움을 준 가족과 친인척에게 보상을 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의미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부인과 자녀가 주주 이름으로 등장하는 만큼, 경영권 승계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승계를 논하기엔 증여규모가 미미하다. 세율이 50%가 넘는 증여세에도 주가가 역사점 고점일 때 증여를 단행하는 것은 추가 주가 상승에 대한 의지의 발로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 IPO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카카오 측은 이번 증여 공시에 대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변동사항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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