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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출입국 직원, 검사에 "이거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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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 출금 이규원 수사 중단시켜"

이성윤 지검장 직권남용 혐의로 2차 신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2019년 3월 23일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을 조사하던 수사검사에 법무부 출입국본부 소속 A 서기관이 “이거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김학의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을 지난달 초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던 공익신고인이 20일 권익위에 추가로 낸 2차 공익신고서에 담겼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14쪽 분량의 2차 신고서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 수사팀은 2019년 4월 법무부 수사 의뢰로 출입국본부 공무원 3명과 공익법무관 2명을 김 전 차관 출국 관련 정보유출 혐의로 수사했다. 수사팀 검사는 같은 해 6월 25일 출입국심사과 공무원 B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 서기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A 서기관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의 요청으로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금 조치한 당일 심사과 직원들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190323 khe 작성중.hwp’란 제목의 파일을 올린 경위를 묻기 위해서였다. 해당 문건엔 김 전 차관 긴급 출금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중앙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입국본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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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 긴급출국금지 보고’란 제목으로 작성된 이 문건에는 3월 23일 대검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가 긴급 출금을 요청하기 전부터 김 전 차관의 실시간 출국정보를 조회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3월 22일 오후 10시 52분경 인천국제공항 정보분석과가 출국심사자를 모니터링하던 중 김 전 차관의 출국장 진입 사실을 인지하곤 출입국본부를 거쳐 대검 진상조사단 등에 통보했다는 내용이다.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 요청서를 전산망을 통해 인천공항에 접수한 건 23일 0시 8분이었다.

A 서기관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수사팀 검사는 A 서기관과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A 서기관은 “출국금지 과정에서 출입국 공무원이 잘못한 것이 뭐냐. 검찰 부탁받고 해준 것인데 이것을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 그것을 알고 있느냐. 모니터링(출국조회) 물어보시는데, 지금 이것을 민간인 사찰로 보는 것이냐”는 취지로 답한 뒤 문건 내용과 관련한 진술을 거부했다. 이 같은 내용은 수사팀이 그해 7월 1일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제출한 ‘출입국본부 직원 A 통화 경위’ 보고서에 담겼다.

이와 관련 공익신고인은 “부적법한 긴급 출금 승인 과정 등이 기재된 핵심 문서로서 반드시 작성자인 A 서기관의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6월 말경 법무부, 대검 반부패부 등 관계자들이 지휘계통을 통해 안양지청 수사검사의 조사 진행에 항의하고 B씨와 A 서기관 조사 경위·내용을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여러 경로를 거쳐 출입국 공무원 조사 이유와 A 서기관 전화 조사 이유를 보고하게 해 안양지청 조사에 개입하고, 추가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연락했다”라고도 했다. 이후 수사팀은 대검에 관련자 조사를 완료했다고 보고한 뒤 추가 소환조사를 중단하고 출입국본부장·출입국심사과장 등 ‘윗선’을 향한 수사 계획도 접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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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한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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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서에는 안양지청 수사팀이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금을 요청한 이규원 검사에 대한 자격모용공문서·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를 발견, 수원고검에 “관할 지검 검사장에게 입건 지휘 여부 등 검토 필요” 보고를 하려고 했었다는 내용도 있다. 대검 반부패부 등의 연락을 받고 내부 검토 단계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뜻을 접게 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검사에 대한 혐의는 수사팀이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부터 이첩받은 총 455쪽 분량의 감찰조사기록과 휴대전화 총 6대에 대한 포렌식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긴급 출금 요청서, 승인요청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대화 내용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수사팀이 그해 6월 18일 자로 작성한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란 제목의 보고서에는 최근 불거진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한 이 검사의 혐의사실이 자세히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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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무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21일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 수원지방검찰청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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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에 따르면 이 검사는 그해 3월 23일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요청서와 승인요청서를 작성·발송하는 과정에서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2019. 3. 23.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 한찬식 代(대) 이규원’으로 수기 기재한 뒤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방법으로 법무부 출입국본부 공무원에게 보냈다. 이후 처음 승인요청서에 기재한 ‘중앙지검 2013년 형제 65889호’(김 전 차관이 2013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란 허위 사건번호로 수정해 재발송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결국 수원고검에는 전달되지 못했다. 당시 수사팀은 같은 해 7월 4일 대검 반부패부에 제출한 수사결과 보고서에 이 검사의 혐의 사실과 관련해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되었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되어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라고 적었다. 공익신고인은 “대검 반부패부가 요구한 문구를 그대로 포함해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검 반부패부 보고라인의 정점은 이성윤 반부패 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어진다.

공익신고인은 다만 “당시 대검 내부의 단계별 구체적인 보고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당시 반부패부 책임자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신고했다. 당시 출입국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에 개입하고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출입국본부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이유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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