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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바이든 시대, 남·북·미·중 4자 회담 시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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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동맹 협력 강조하는 바이든 시대

대화·소통의 기회는 열렸기에

우리의 전략을 정비해 나가자

미국이 구상하는 다자적 접근에

중국 참여시켜 한반도를

미-중 대결의 완충 공간으로

구체적 이행계획·신뢰구축 통해

북핵 해법 마련 서둘러야

조기 협상으로 핵 능력 동결부터


한겨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개최한 직원 선서 행사에 참석해 있다. 그는 이날 “동료애와 존중”을 강조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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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부정적 유산을 청산하고, 혼선에서 질서로, 갈등에서 통합으로, 고립에서 협력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시대에 과연 트럼프 정부에서 무너진 이익 조화의 원칙을 복원할 수 있을까? 대화와 소통의 기회는 열렸기에, 이제는 우리의 전략을 정비할 때다.

바이든 정부 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중국 견제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계승하지만, 운영체제를 혁신해서, 미국이 축이 되고 동맹국이 바퀴살이 되는 협력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핵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다. 중국 견제는 구체적이고, 북핵 문제는 모호하다. 한-미 간에 열려 있는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아시아 정책과 북핵 문제의 관심 격차를 좁히고, 시차에 따른 엇갈림을 막고, 충돌이 아니라 조화를 찾는 일이다.

먼저 미-중 경쟁에서 북핵 해결을 분리해야 한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북-중 관계는 가까워졌고, 남북관계는 멀어졌으며, 북한의 대미 요구는 강경해졌다. 달라진 질서를 고려하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구조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구상하는 다자적 접근에 중국을 참여시켜, 한반도를 미-중 대결의 완충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시작할 때다.

둘째, 안보 딜레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는 한반도 차원의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동북아 차원에서도 중국의 반접근 전략의 구체화와 바이든 정부의 군사적 대응 전략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차원에서 동시에 안보 딜레마가 부정적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북핵 문제의 해법은 결국 안보 딜레마의 덫에서 빠져나와야 시작할 수 있다.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평화를 만들지 않으면 평화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현재 상황에서 적정 억지력의 수준을 검토할 때다.

셋째, 공급망의 분단을 막아야 한다.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자력갱생 전략을 선택했고, 중국은 국내 순환이 중심이 되는 쌍순환 전략을 선언했다. 북한과 중국 모두 정세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경제 분야에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앞으로도 북·중 양국의 경제협력은 유지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지속적으로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고 있다. 제재가 장기화하면, 비제재 품목을 중심으로 북-중 경제권이 구조화될 것이다. 공급망의 분단은 군비경쟁과 더불어 남북관계의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북핵 해법에서 경제적 수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남·북·중, 남·북·러 삼각협력을 어렵더라도 포기하면 안 된다.

결국 북핵 해법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 언제나 해결은 실패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북핵 해법에서 중요한 것은 두가지다. 첫째는 원론적 합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대부분 이란 핵 합의의 주역들이다. 이란 핵 합의는 본문이 100쪽에 가까울 정도의 상세한 이행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 수준이 다르므로, 전 과정의 이행계획서를 만들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바이든 정부의 협상팀은 일정한 수준의 초기 조치에 대해서는 상세한 이행계획서를 작성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 신뢰 구축의 중요성이다. 이란 핵 합의에서 제재 해제는 합의를 어기면 취소하는 스냅백 방식을 활용했다. 스냅백 조항은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의 조건부 합의다. 만약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폐기의 대가로 제재 완화를 스냅백 방식으로 합의했다면, 지난 2년 동안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을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트럼프 정부가 스냅백 조항을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 근거로 활용했기에, 스냅백에 대한 북한의 불신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스냅백은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의 안전장치이고, 합의를 이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의 중요성이다. 신뢰는 약속의 이행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스냅백이 일시적이라면, 신뢰 구축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이행의 동력이다. 협상의 전 과정에서 꾸준하게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 능력을 고려하면 협상도 이행도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조기에 협상을 시작해서, 우선 북한의 핵 능력을 동결해야 한다. 멈추어야 악화에서 해결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그래서 북핵 문제는 오늘이 내일보다 언제나 쉽다. 시간이 갈수록 북핵 능력이 높아져서, 내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낙관보다 비관이 현실적이다. 과거에 사로잡힌 낡은 기대에서 벗어나, 상황의 엄중함을 인정해야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 한반도의 질서 변화를 깊이 이해하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며, 국제적으로 또한 국내적으로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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