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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언중유향]K리그는 박지성-이영표의 꿈을 품을 그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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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부럽습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 같네요."

21일 경기도 고양의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는 한국 축구사(史)에 의미 있는 장면 하나가 펼쳐졌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40)이 전북 현대의 어드바이저를 맡아 위촉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어드바이저는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고문이나 조언자 역할이다. 유럽 구단이 상근직으로 활용하고 있는 테크니컬 디렉터(기술 이사)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영국에 적을 두고 축구 행정을 공부하면서 한국을 오가는 박지성의 '비상근' 환경을 고려한 전북의 선택이었다.

'외부자' 박지성을 통해 뿌리부터 다시 새우려는 전북 현대

박지성은 2014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코스 과정을 밟았고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앰버서더(홍보대사)로 세계를 누비며 경영, 홍보 전략을 몸으로 체험했다. 글로벌한 박지성의 경험을 '세계적인 구단'으로 가고 싶어 하는 전북이 품은 것이다.

성인팀이 아닌 유소년 팀의 철학과 체계를 확실하게 정립하는데 시선을 둔 박지성이다. 그는 "유소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축구협회의 한계도 있다. 그래도 축구협회 나름대로 변화하려고 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전북에 오면서 유스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한 것은, 선수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가 큰 목적이다"라며 우수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좋은 선수, 나아가 전북 유스 체계에서 탄생한 프로 선수가 많아지기를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전북은 유스 후발 주자다. 전통적으로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 산하 유스팀들이 우수 선수와 성적을 내왔고 최근에는 수원 삼성, FC서울 유스로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물론 성인팀과의 연계나 해외(=주로 유럽) 진출 선수가 자주 나오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알고 있는 박지성도 "유소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도 그것이 선수의 프로 무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얼마나 많은 선수를 1군에 보내고 단지 전북 1군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K리그에서 가장 많이 프로 선수를 배출하는 클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있으니 이 현실 안에서 좋은 것들을 가져오느냐, 한국만의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인가가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사실 전북은 2018년 조긍연 현 대한축구협회 대회위원장을 테크니컬 디렉터로 선임한 바 있다. 팀의 철학을 세우고 정체성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면서 유소년 육성 체계를 테크니컬 디렉터를 통해 완성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러나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결별했다. 테크니컬 디렉터에 대한 오해가 컸다. 특히 감독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는 우려에 힘이 약화했다. 선수 영입 정책이나 기량 점검 등 보기에 따라서는 '간섭'처럼 보이는 일들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전북이다. 전북 관계자는 "구단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성적이 좋아도 다른 부문에서 떨어지면 명문팀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박지성의 어드바이저 영입이 바로 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A대표팀에서 박지성과 호흡했던 김상식 전북 감독도 스포티비뉴스에 "지난해 12월에 (박)지성이의 기사를 봤다. 스포츠 행정 관련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우리 팀에서 한번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제안을 했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곧바로 영국으로 돌아갈 것 같았는데 상황이 달라졌고 절묘하게 운이 맞았다. 경영진도 이해하셨고 지성이를 영입(?)했다"라며 좋아했다.

뿌리부터 다시 세우겠다는 전북의 의식은 분명 박수받아 마땅하다. 과거 심판 매수 파문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성적에 매몰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기초가 튼튼하면 생기지도 않을 일이었다. 구단과 인연이 없는 '외부자'인 박지성의 지식과 의식을 통해 전북의 업그레이드를 꾀하겠다는, 대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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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를 건드리며 정면 돌파를 선언한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박지성이 조언자로 출발한다면 이영표(44)는 강원FC 대표이사로 본격적인 행정에 나섰다. K리그와 한국 축구에 늘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던 이영표라는 점에서 기대감은 상당한 편이다.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등 유럽 명문 팀에서 뛰었고 미국 프로축구 MLS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경험하며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축구를 배운 이 대표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이 대표가 오기 전부터 준비했던 선수 영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일단 이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일이니 그림은 나쁘지 않다. 앞으로 김병수 감독을 얼마나 더 자신보다 언론을 통해 팬들이 있는 홍보의 장으로 이끄느냐가 문제다.

홍천 출신 이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강원은 여전히 영서, 영동으로 갈라진 지역적인 문제를 해결 짓지 못하고 있다. 춘천과 강릉을 오가는 경기가 그렇다. 강원도 전체를 연고지로 택한 구단이라는 점에서 예민한 문제다. 입때껏 강원 구단을 거쳐 간 수장들이 영서, 영동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강원도가 주도하는 축구전용구장 건립 문제부터 목소리를 냈다. 춘천역 앞 공터로 남아있는 미군 부대 부지를 제안한 것이다. 수도권에서 접근이 용이하고 팬들이 모일 경제성만 생각한 제안이었다. 춘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축구 열기가 더 뜨거운 강릉에서 들으면 펄쩍 뛰고도 남을 소리다.

강원 사정에 밝은 한 축구계 인사는 "지역 정서를 모르지 않는 이 대표가 얼마나 조정력을 발휘하느냐가 관심거리가 됐다. 이론과 해외 경험을 무장한 이 대표의 이상이나 의지는 다들 안다. 다만, 구단의 성격을 바꾸려는 의도인지를 의심하는 강릉 쪽 축구인들이 상당수다. 아마 조만간 꽤 무거운 저항과 마주하게 될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모두 영세했던 K리그 구조에 새바람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급격하게 달라진 한국 축구 환경을 경험하며 유럽으로 떠났다. 한국 축구 현대화의 길목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K리그 경험이 없는 박지성은 "K리그 흥행으로 활용된다고 하더라도 거부감이 없다. 어떤 방식으로 소비가 되더라도 반가울 것 같다. 기대도 된다. (이)영표 형이나 저나, K리그로 복귀한 (기)성용이나 (이)청용이나 그렇다. 흥행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자신의 헌신으로 K리그가 경제성 있는 콘텐츠로 거듭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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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는 한국 축구의 현대화를 경험한 이들을 품을 능력과 환경이 되나

하지만, K리그 내부 구조는 여전히 허약하다. 일단 미래만 본다면 장밋빛 그 자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43개국에서 5천818만 명이 시청했다는 프로연맹의 발표다. 숫자상으로는 상당한 수치다. 다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인기 있는 유럽 축구가 개막한 뒤에도 시청이 지속 됐는지, 플랫폼에 따른 평균 시청률이나 라운드별 접속자 등을 알기는 어려웠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해외 중계권을 구매한 업체로부터 최대한 데이터를 얻은 것이다. 그 이상을 얻기는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전북이 박지성을 어드바이저로 영입한다는 소식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렸다. 부럽더라. 테크니컬 디렉터 영입을 하려고 해도 사장(단장)은 돈이 드는 일이라고 거부하고 감독은 자신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생각에 필요없는 직책이라며 원하지 않으니 무슨 뼈대부터 잡을 수 있나"라며 한탄했다.

구단들은 보릿고개를 넘으려 애쓰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종합스포츠클럽(SC)으로의 전환에 첫발을 뗐다. 스포츠클라이밍을 선택해 일반인들에게 다가선다. 단기적으로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부지 활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종목들을 품어 SC로 구단의 영역을 넓혀 대전 연고 구단의 책임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재민 경기장기획운영실 실장은 "대전시에서도 많이 도와주려고 하고 구단도 의지가 있으니 전환하는 것이다. 다른 종목으로도 넓히려고 한다. 축구라는 틀 안에 갇히면 구단의 발전은 요원하다. 물론 다른 종목을 확대하는 것은 섬세하게 해야 할 일이다. 당장 수익은 되지 않겠지만, 결국은 연고지에서 구단의 브랜드를 높이는 일 아닌가"라고 전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도 인천시청 핸드볼팀을 구단 산하에 두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 그래야 시에서 지원하는 구단 운영비를 좀 더 정정당당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 가치가 없는' 구단으로 인식되는 그 순간에는 그냥 끝이다.

발버둥 치는 구단과 달리 그냥 조용히 현실을 인정하고 별문제 없이 넘어가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B구단 관계자는 "구단들의 겨울은 하루살이다. 코로나19를 피해 아무 일 없이 선수들이 훈련 중이고 구단 경영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구단에 중계권료 수익이 배분돼 내려오기를 하는가. 아니면 3, 4부리그와 승강제가 성사돼 '강등은 피하자'는 위기의식이 나오기를 하는가"라며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C구단 실무 사원은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면서 구단의 전문성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꿈을 품고 입사했다. 하지만, 홍보와 마케팅부터 개념이 다른데 그것을 똑같다고 직원들에게 업무를 주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 이영표가 K리그에서 일한다니 참 놀랍다. 박지성이야 전북의 의지가 확고하니 그렇다고 치고 이영표 대표는 강원 사무국 구조나 인적 구성을 보면서 많이 놀라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다른 것에 속상함을 토로했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근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축구팬은 없다. 항상 미래를 향해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과연 K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박지성과 이영표는 1년 뒤 자신이 품었던 뜻에서 몇 %나 만족할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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