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5684756 0252021012265684756 02 0201001 6.2.4-RELEASE 25 조선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11297772000

[전문] 유시민 “난 상대방을 악마화했다, 정치비평 일절 안할 것”

글자크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2일 검찰이 과거 자신의 계좌를 조회하는 등 뒷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사과하면서 “(저는)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노무현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935자(字) 분량의 사과문에서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일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9년 12월 24일 진행된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라이브 12화’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뒷조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 이사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제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돌아보았다.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다”며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다”고 했다.

◇”과도한 적대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 편향에 빠졌다”

유 이사장은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다.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며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어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어긴 행위였다.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 많이 부끄럽다”면서 “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다. 저는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뒀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2019년 12월 24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라이브 12화’에서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검찰이 (11~12월)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 제 개인 계좌도 다 들여다봤을 것으로 짐작한다”며 “내 뒷조사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제 처의 계좌도 다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후 검찰이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을 때도 “내가 있지도 않은 일로 의심하고 비판해서 억울하다면 사실을 확인해 나를 혼내면 된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듬해 7월에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내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시 “(유 이사장이) 그 주장을 하면서 이제까지 단 한번도 자신이 가진 의심의 근거를 제시한 적이 없다”며 “망상이 점점 심해지시는 듯”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이 1년이 지나도록 계좌 조회 주장에 근거를 제시하지 않자 비판이 쏟아졌다. 금융실명제법상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계좌를 조회하면 최장 1년 이내에 당사자에게 조회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이른바 ‘조국 흑서' 공저인 김경율 회계사는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열람한 사실이 없다면 나는 유시민 같은 인간은 공적 공간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있지도 않은 일을 들먹이며 사태를 호도했다”고 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는 “검찰이 계좌를 들여다봤다는 거짓말은 언제 사과할 거냐”고 했다.

◇다음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과문 전문

사과문

2019년 12월 24일, 저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사이 어느 시점에 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하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노무현재단의 후원회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는 입증하지 못할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노무현재단을 정치적 대결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 바다처럼 품 넓은 지도자로 국민의 마음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이사장의 책무에 어긋나는 행위였습니다. 후원회원 여러분의 용서를 청합니다.

‘알릴레오’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가 제기한 의혹을 접하셨던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검찰 개혁 정책이나 그와 관련한 검찰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해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습니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습니다.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습니다.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어긴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두었습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2021년 1월 22일

유 시 민

[김명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