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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칼 갈아온' 檢, 퇴임만 기다렸다…'끈 떨어진' 트럼프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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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갈아온' 뉴욕주 검찰, 트럼프 정조준

성추문부터 탈세·금융사기 혐의 수사

조지아주도 '압박 전화' 수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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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을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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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임기가 20일(현지시간) 정오를 기점으로 종료됐다. 이와 동시에 미국 대통령이 갖고 있던 막대한 권한 중 하나인 ‘면책 특권’ 역시 사라졌다.

때는 왔다는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과거 성 추문에서부터 두 번째 탄핵 위기로 몰고 간 ‘내란 선동’까지 여러 방면에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형사 기소를 당한 사례는 없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에 의해 사면받았다.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중시하는 전통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 스스로 이런 전통을 깼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사 당국에 의해 기소가 된다면, 이는 각종 ‘최초’ 수식어를 달았던 트럼프에게 붙는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가능성이 큰 수사기관은 트럼프 그룹의 금융사기·탈세 등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뉴욕 맨해튼 지검이다. 뉴욕은 트럼프의 고향이며 그가 부동산 사업을 오랫동안 해온 터전이다.

뉴욕 맨해튼 지검의 검사장인 사이러스 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6년 ‘성추문 입막음’ 수사를 벌이다 트럼프 그룹의 탈세 정황 등을 포착하고 수사망을 넓힌 것이다. 성추문 입막음 의혹은 트럼프의 전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혼외 관계’를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 등에게 2016년 거액을 지불한 사건으로, 맨해튼 지검이 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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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지검의 사이러스 밴스 검사장은 트럼프 그룹의 탈세 등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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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맨해튼 지검은 거액의 입막음 비용의 회계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다 트럼프 그룹의 탈세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밴스 검사장은 지난 14일 코언을 소환해 조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코언 조사는 트럼프그룹의 사업 거래 관계, 특히 1990년대부터 트럼프 그룹에 거액을 빌려주고 있는 도이체방크와 유착관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도이체방크 등 은행과 보험사에 자산을 부풀리거나 거짓 재무제표 제출하는 식으로 더 많은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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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왼쪽)이 2019년 2월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날 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세 등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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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지검은 지난해 대선 이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회계전문가를 고용해 트럼프 그룹 수사에 대한 조언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불법적인 거래를 포장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특정 자산을 조작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어 같은 달 도이체방크와 보험중개회사 에이온 등 트럼프 그룹과 대출 관계가 있는 회사 직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 사실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맨해튼 지검에 소환된 직원들은 은행의 보증심사 절차 전문가였다.

이번 달 들어선 밴스 검사장은 최근 뉴욕주 3개 지방정부에 ‘세븐 스프링스’로 불리는 트럼프 그룹의 부동산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트럼프 그룹이 이 토지로 세금 공제를 받는 과정에서 토지 감정가를 부풀려 부당한 세금 혜택을 받았다는 혐의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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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인 '세븐스프링스' 입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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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측과 금융 정보 제출을 두고 법정 공방도 벌이고 있다. 탈세 정황 등을 포착한 맨해튼 지검은 2019년 회계법인인 마자스에 트럼프 그룹의 8년 치 납세 내역 등을 요구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내세워 이를 거부했다. 결국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10월 연방항소법원은 맨해튼 지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대법원에 항소하며 자료 제출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맨해튼 지검이 마자스 법인이 아닌 다른 출처를 통해 트럼프 그룹의 납세 내역 일부를 확보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그룹의 탈세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보를 확보하면서 밴스 검사장의 수사가 상당 부분 진전을 이뤘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맨해튼 지검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보도하며 “임기가 끝난 트럼프를 기소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세 등 혐의로 기소된다면, 주법에 따라 장기간 징역을 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조지아주 선거법 위반 혐의



공화당 텃밭이었다가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조지아주에서도 기소당할 수 있다. 지난 2일 브래드 래팬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부정선거 수사를 종용한 혐의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만2000표를 되찾아오라”며 래팬스퍼거 장관을 압박했고, 이 녹취록이 보도되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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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브래드 래팬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왼쪽)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압박성 전화를 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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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NYT에 따르면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사장인 파니 윌리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 풀턴 카운티는 조지아주 최대 규모 카운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가 조작된 핵심 지역이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조지아주 선관위 데이비드 윌리 위원도 다음 달 10일까지 조지아주 선관위에서 수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 문제를 직접 윌리스 검사장에게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윌리스 검사장도 성명을 내고 “사건이 접수된다면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아주는 ‘부정선거를 저지르기 위한 범죄청탁’을 금지하는 주법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방이 부정 선거 행위에 간여하도록 요청, 명령, 청탁 등을 할 경우 그 요청을 한 자는 1급 또는 2급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 만약 1급 범죄로 기소될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NYT는 “수사가 진행된다면 사면권이 통하지 않는 주 차원 범죄로는 뉴욕주에 이어 두 번째 범죄 수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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