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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고구말] 이낙연이 쏜 ‘사면론’, 문 대통령은 거절하고 주호영은 몰매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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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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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인근 거리에서 지지자들이 무죄석방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꺼내들어 정치권을 소란스럽게 했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사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면 논의가 적합하지 않다고 밝히면서다. 약 18일만에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면서 맹공의 대상이 됐다.

“사면 건의할 것”… 이낙연, 때아닌 사면론으로 역풍

새해벽두에 이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쏘아올렸다. ‘국민 통합’이 명분이었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정치 이슈 선점을 위해 사면론을 꺼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정치가 반목과 대결의 진영정치를 뛰어넘어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한다고 믿는다”며 “국민통합을 이뤄내야한다는 제 오랜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발은 거셌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용서할 마음도 준비도 돼있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고 안민석 의원도 “촛불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 최고위원회 긴급 간담회도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사면론을 사전에 논의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 직후 이 대표의 ‘사면론’은 ‘사과와 반성’이라는 조건을 달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진통은 계속됐다. 이 대표의 사면론 일보후퇴에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비겁하고 잔인한 정치행태”라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국민의당 장제원 의원은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말을 주워담으니 우롱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도 이 대표의 사퇴를 건의하는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다수의 권리당원들은 “지지자를 분열하게 만들었다”, “국민의힘으로 가라” 등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이같은 비판에 이 대표의 지지율도 크게 흔들렸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14.1%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조사 대비 7.2%p 빠진 수치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문 대통령 “사면 권한 있지만… 국민이 공감해야”

정치권의 사면 논의가 불이 붙자 사면권자인 문 대통령의 결단에 관심이 몰렸다. 더구나 지난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종료되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건이 충족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사면’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답은 “안된다”였다. 지난 18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 시기상 적절치 않다”며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폐해가 막심했고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지를 남기기는 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들도 많이 있고 그 분들 가운데는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국민의 아픔까지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사면의 대전제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것은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극심한 국론 분열이 만들어진다면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통합을 헤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그런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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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태현 기자

“문 대통령이 사면 대상” vs “명백한 정치보복 예고”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정치권의 ‘사면’ 논쟁은 일단락 되는듯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 사면론’을 언급하면서 여야 간 논쟁이 재점화 됐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다음날인 19일 문 대통령의 사면불가 입장에 대해 “현직 대통령도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전직 대통령이 되면 본인들이 사면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늘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기대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사면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이에 여권이 발칵 뒤집혔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정치 도의와 금도를 넘어선 발언”이라며 “제1야당 지도자가 현직 대통령을 범법자 취급하는 저주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주 유감”이라고 받아쳤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탄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불복선언이자 촛불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업용 미싱’ 발언이 소환되기도 했다. 김경협 의원은 주 원내대표에게 “더이상 국민의 귀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낸다”고 일갈했다. ‘공업용 미싱’ 발언은 지난 1998년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김홍신 전 의원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뱉은 말이다. 김 전 의원은 “입만열면 거짓말이다. 거짓말한만큼 입을 꿰맨다는 염라대왕이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할 것”이라고 말해 모욕죄로 기소된 바 있다.

여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자 국민의힘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수준 이하의 막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故 김 전 대통령도 하늘에서 노할 일이다. 대통령께 고언했다고 야당 원내대표 입을 꿰매겠다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논란 속 주 원내대표는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양지에 있을 때 음지를 생각하라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나”라며 “ 사면권을 가진 입장뿐 아니라 대상이 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고려해 달라는 지극히 순수한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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