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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3천만원대 독일 쏘나타' 폭스바겐 파사트, '3천만대' 팔릴만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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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파사트 GT [사진 제공=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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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대.

폭스바겐 파사트 판매대수다.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기준인 1000만대 판매 차량도 드문데 그보다 세배 더 팔렸다. 3500만대 팔린 골프와 함께 폭스바겐을 글로벌 브랜드로 만든 주역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5세대 파사트가 처음 상륙했다. 2010년 초반까지는 '정중동' 시대였다. 2010년대 수입차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티구안·골프와 함께 폭스바겐 전성기를 이끌었다. 일본 브랜드와 함께 수입차 대중화 시대도 열었다.

2014년 티구안은 수입차 1위, 골프는 4위, 파사트는 5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티구안은 1위, 골프 는 4위, 파사트는 8위를 달성하며 폭스바겐 성장을 함께 견인했다.

2015년 9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진 뒤 암흑기를 보냈다. 폭스바겐 차량 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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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GT [사진 제공=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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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는 3년 가까이 지난 2018년 돌아왔다. 유럽형 8세대 파사트 GT는 3000대 넘게 판매되면서 폭스바겐 부활을 알렸다.

지난달부터 국내 판매에 돌입한 신형 파사트 GT는 2년 전 국내 출시된 파사트 GT 부분변경 모델이다.

폭스바겐 모델 최초로 통합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IQ 드라이브, 지능형 라이트 시스템인 IQ 라이트, 디지털 기술 혁신을 이뤄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IB3를 탑재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775x1830x1460mm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786m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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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GT [사진 제공=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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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단정하다. 디자인 콘셉트 '뉴 젠틀(New Gentle)'에 어울린다. 슈트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신사를 연상시킨다.

멋 부리지 않았지만 멋스럽다. 티 나지 않게 티 나는 폭스바겐의 디자인 장기다.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독일 기능주의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했다.

첫눈에 사로잡는 강렬한 끌림은 없지만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녔다.

짧은 오버행(차체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 거리)과 낮고 넓은 차체는 역동성과 안정감을 모두 갖췄다.

심플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하나로 이어진 역사다리꼴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눈매가 매섭다.

A필러 밑부분에서 도어 손잡이를 가로질러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칼 주름을 연상시킨다.

후면부는 넓은 숄더 섹션과 안쪽을 향한 디귿자(ㄷ) 형태의 리어램프가 안정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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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트 GT [사진 제공=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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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단정하다. 대시보드에는 가로 크롬 라인을 적용, 실제 공간보다 더 넓어보이는 효과를 추구했다.

10.25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는 연비, 운전자 보조시스템, 내비 맵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9.2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제스처 컨트롤 및 음성인식 기능을 갖췄다.

시동을 켜면 올라오는 컴바이너 타입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운전자가 시선을 앞으로 향한 채 주행경로, 속도, 운전자 보조 시스템 작동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앞 유리에 투사되는 방식이 아니어서 고급스러운 맛은 적다. 뒷좌석은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부족하다. 어른 2명과 아이 1명이 타기에 적합하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7단 DSG를 적용했다.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에 시달렸고, '탈 디젤'을 추구하는 브랜드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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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엔진은 죽지 않았고, 아직도 존재 가치가 충분하다"고 외치는 폭스바겐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 연비는 14.9km/ℓ다.

시승 전날 눈이 내려 도로 곳곳은 미끄러웠다. 시승차는 안전을 위해 18인치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다.

시동을 걸면 디젤엔진음이 나지막이 울린다. 괄괄한 디젤음은 아니다. 존재만 나타내는 수준이다. 스티어링휠은 적당한 무게감을 지녔다.

주행 성능은 탄탄하다. 핸들링 반응도 민첩하다. 와인딩 구간에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바람 소리도 잘 억제한다. 다만 노면소음이 실내로 타고 든다. 사계절용 타이어보다 안전한 대신 소음과 진동이 단점인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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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모드와 노멀 모드 차이는 크지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수준은 아니다. 편안한 비즈니스 세단이자 패밀리 세단 성향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트래블 어시스트와 어탭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만족스럽다. 고속도로는 물론 정체가 심한 국도에서도 앞차와 거리를 알아서 조절하고 가감속한다. 차선도 벗어나지 않는다. 크루즈 속도도 최대 210km/h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음성 인식 제어 시스템도 갖췄다. "안녕 폭스바겐"이라고 말하면 작동한다. 내비게이션, 전화, 라디오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음성 인식 속도도 빠르다.

다만, 쓸 수 있는 기능이 국산차 음성 인식 시스템보다 적고 활용성도 부족하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첨단 IT(정보통신) 회사들과 협업해 안전·보안, 비서, 정보, 즐길거리, 원격제어, 차량관리 등을 제공하는 음성 인식 커넥티드 카 시스템을 내놨다.

가격(개별소비세 인하 적용)은 4435만~5321만원이다.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3700만원대부터 구입할 수 있다. 5년15만km 보증 연장 프로그램도 있다.

신형 파사트 GT는 높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갖췄다. 독일 중형 세단을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중간 가격대에 살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 가격에 이만한 차는 없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계급장을 떼면 신형 파사트 GT는 크기나 가치에서 'E(E클래스)만한 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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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독일을 대표하는 식재료는 감자다. 소시지, 학센, 슈니첼 등 독일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지만 감자 없이는 '팥소 없는 찐빵'처럼 여겨진다.

감자는 토질이 나쁜 독일에서 잘 자란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많다. '감자 대왕' 프로이센(독일 전신)의 프리드리히 2세가 천대받던 감자에 대한 인식을 바꾼 뒤 기근이 사라졌다.

돼지 사료로 사용돼 소시지와 학센 등 독일을 대표하는 돼지고기 음식이 나왔다.

독일 감자 요리 중 독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크뇌델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을 지녔다. 울퉁불퉁 감자가 아니라 동글동글한 감자떡이나 감자만두를 닮았다.

학센이나 슈니첼 곁들임 음식이나 후식으로 많이 나온다. 때로는 밥과 같은 주식으로 변신한다. 고기, 빵 부스러기, 야채 등을 넣으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맛을 지닌 요리가 되기도 한다. 밥처럼 질리지 않는 맛이다.

독일에서 '국민 식재료'가 감자라면 독일 '국민차 브랜드'는 폭스바겐(VolksWagen)이다.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을 위한 차'다. 폭스바겐의 원조 국민차는 비틀이다. '국민 세단'은 파사트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인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는 독일에서도 돈이 많아야 탈 수 있다. 대중적인 중형 세단으로 사랑받은 파사트는 '독일 쏘나타'인 셈이다.

파사트는 크뇌델처럼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매력을 발산한다. 티 내지 않으면서도 티 나는 디자인,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 탈수록 탐나는 성능에 마니아도 많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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