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30 (토)

서울 초중등 학부모 과반 “중학교 배정 방식 바꿔야” 어떤 대안 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한강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등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초중등 학부모 과반수가 지원 없이 근거리 추첨만으로 결정되는 현행 중학교 배정 방식을 개선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으로는 ‘근거리 균형 배정방안’과 ‘선지원 근거리배정’이 제시됐다. 서울의 중학교 배정 방식은 24년간 바뀌지 않아 실제 학생 분포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학부모 여론을 수렴해가며 개선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다.

24일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학교군 설정 및 배정방법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서울시교육청이 매년 심화되는 중학교 배정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공주대에 발주한 것이다. 연구책임을 맡은 이화룡 공주대 교수는 서울 전역의 초등 3~4학년 및 중학교 1학년 학부모와 교직원 등 4만12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학부모 절반 이상이 현행 중학교 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초등 학부모 61.8% 중학교 학부모 54.6%에 해당한다. 교사까지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59%가 개선에 긍정적이었으며, 부정적 입장은 27.8%에 그쳤다. 개선해야 할 이유로는 ‘학교선택권이 제한돼 있다’(28.9%), ‘근거리 객관성이 미비하다’(22.3%) 등이 주요하게 꼽혔다. 만약 희망중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 대체로 2~3곳에 지원하길 원했으며, ‘가까운 학교’(55.4)와 ‘멀어도 희망학교’(44.6%)의 선호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응답자들은 학교 지원제도를 시행할 경우 학교 선택권과 더불어 통학 여건과 균형 배정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꼽았다.

현재 서울 내 중학교 배정은 근거리 중심의 추첨 배정이다. 서울의 425개 동을 46개 학교군으로 구분해, 학생의 거주지가 소속된 학교군 내에서 별도 지원 없이 전산 추첨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현행 방식이 1998년 이후 24년간 개정된 적이 없어 그간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각 교육지원청에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 학교 배정에 대한 민원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현행 방식에선 학교 간 학급당 학생수 편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 재건축, 도심 공동화 등으로 학생이 불규칙적으로 분포하는 것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보면 배정 중학교에 대한 불만족 사유로 ‘교육의 질 저하’(26.3%)가 가장 높았으며 ‘시설환경이 좋지 않다’(22.1%), ‘통학여건이 좋지 않다’(14.9%)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중학교 입학지원자는 2 이상의 학교를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8조와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행 중학교 배정방식은 학교 선택권이 원천적으로 없어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한계를 고려해 ‘근거리 균형 배정방안’과 ‘선지원 근거리배정’ 등 2가지 대안이 제시됐다. 우선 근거리 균형 배정방안은 학교군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의 주소지와 거리가 가까운 순위에 따라 배정하고, 같은 조건인 경우에는 실제 통학거리와 시간을 기준으로 순차 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선지원 근거리배정’ 방식은 거주지 학교군 내 중학교에 3개 이내로 지원한 후 정원을 초과한 학교에서 80%는 거주지와의 거리 순으로, 나머지 20%는 전산추첨으로 배정하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연구진은 학교군 자체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학교군을 정기적으로 정비해 지역별 학급당 학생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 교육격차 해소에 바람직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계층별, 능력별로 분리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완화해 다양한 학생이 고루 섞이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이번 연구가 ‘서울 집값을 잡으려는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지며 일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현 학교군 체제를 그대로 두고 배정방법만 바뀐다면 부동산 정책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곧바로 중학교 배정 방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서울시교육청의 의견 수렴 과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균형·공정·근거리배정 원칙을 지키면서 다수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현재처럼 근거리에 기반한 배정이라는 큰 틀은 바꾸지 않되 개선할 방식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그 법들은 어떻게 문턱을 넘지 못했나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