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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니가 가라 필리핀”…한국 농구 지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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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컵 국가대표 선발 파열음

다녀오면 3월 초까지 자가격리

순위경쟁 민감한 프로팀 반발

“신의 문제” 김상식 국대감독 사의

중앙일보

김상식(오른쪽)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컵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자 “신의를 잃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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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김상식(53) 감독은 24일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달 대회가 끝나면 그만 두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에 출전할 대표팀(12명) 명단 발표가 발단이었다. 대회는 다음달 필리핀에서 열린다. 대표 선발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고, 급기야 감독이 사의를 표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표선수는 프로 10개 팀에서 한 명씩 차출했다. 라건아(KCC), 허훈(KT), 이승현(오리온), 김종규(DB) 등 각 팀의 에이스급 선수 10명에, 상무 강상재와 용산고 유망주 여준석까지 12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대회는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한 채 한 장소(필리핀)에 참가국이 모두 모여 진행한다. 한국은 다음달 18일 필리핀, 19일 인도네시아, 20일 태국, 22일 다시 필리핀과 맞붙는다. 사실 지난해 11월에도 바레인에서 아시안컵 예선이 열렸다. 대한농구협회는 선수 안전을 고려해 대회에 불참했다. 최근 FIBA는 바레인 대회 불참의 책임을 물어 대한농구협회에 벌금 2억원과 승점 2점 삭감 징계를 내렸다. 이번 필리핀 대회에 출전하면 FIBA가 징계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한국은 참가를 결정했다.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대회 출전 선수는 귀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따라서 3월 초까지 3주 이상 코트에 설 수 없다.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즌 중이다보니, 몇몇 팀에서 형평성 문제로 불만을 드러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전준범(현대모비스)과 안영준(SK)의 대표 선발에 대한 다른 구단 불만이 터져나왔다. 어차피 부상 회복에 따른 컨디션 조절 시간이 필요한 선수이다 보니, 이들이 빠져도 팀은 타격이 덜하다. 또 모든 팀이 에이스급을 내놓은 상황에서 “전준범이 에이스급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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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2차전 태국전에서 한국 김종규(가운데)가 골밑슛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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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와 논의해 10개 팀에서 한 명씩 뽑기로 했다. (각 팀 에이스만 뽑을 경우) 가드와 센터만 6명씩이다. 포워드와 슈터가 필요했다. 전준범과 안영준은 몸 상태를 확인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뽑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 선발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농구계) 신뢰가 무너져서 사임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자타가 공인하는 최정예로 대표팀을 꾸릴 경우 KCC 3명(라건아·이정현·송교창), KT 2명(허훈·양홍석), 오리온 2명(이승현·이대성) 등을 뽑을 수밖에 없다. 팀당 1명은 나름의 타협안이었다. 추일승 경향위원장은 “대학생과 젊은 선수로 구성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정예 멤버를 원했다. 결론적으로 대표팀다운 대표팀을 뽑아야한다고 판단했다. 만약 (약팀에) 지면 한국 농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연맹(KBL)도 농구협회 측에 “프로리그 중이고 농구가 어려운 시기니 최대한 도와달라”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프로팀 관계자는 “에이스는 팀 전력의 최대 절반을 차지한다. 자가격리까지 한다 쳐도 컨디션을 되찾으면 3월 말이다. 정규시즌이 거의 끝나는 시점이다. 예선이고 상대가 약체인데, 유망주로 대표팀을 구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프로팀 관계자는 “대표팀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뽑는 게 당연한데, 자기 팀 선수가 뽑히는 걸 싫어한다. 국가대표가 무슨 할당제냐. 농구계 이기주의 단면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현재 2승으로 A조 2위다. 네 팀 중 조 2위 안에 들어야 본선에 나간다. 필리핀(3승)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한국은 지난해 2월 홈에서 열린 예선에서 태국에 진땀승을 거뒀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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