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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건강한 가족] 코로나발 노인 우울증 극복, 지인과의 통화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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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한규만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노인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 진료실을 찾은 60대 후반의 여성은 일주일에 5일 수영장을 나가면서 또래 여성들과 신나게 수영하고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 삶의 낙이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수영장이 문을 닫으면서 인생의 큰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만남이라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상호 작용을 가로막으면서 외로움·고립감·단절감이라는 감정을 일으킨다. 특히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는 우울감이나 절망감까지 일으킬 수 있다.

사회활동은 노인 우울증의 중요한 보호 요인이다. 필자는 최근 60세 이상 노인 4751명을 대상으로 사회활동 참여와 우울 증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친목 모임, 봉사활동, 정기적 기부 등 사회활동에 하나라도 참여한 사람은 우울 증상을 보일 확률이 사회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의 0.6배에 불과했다. 심지어 세 가지 이상의 사회활동에 참여한 경우 우울 증상을 보일 확률이 0.28배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활동을 모두가 자제해야 하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면 접촉 없이 사회활동의 진액만 뽑아서 이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정서적 유대감’과 ‘지지’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휴대전화를 들고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보자. 건강은 잘 챙기고 있는지, 식사는 잘하는지, 자식들은 잘 있는지 물어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좀 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 보자. 그간에 아주 외롭지는 않았는지,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괴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자. 그리고 힘들었다고 답한다면 진심으로 서로를 다독여 주자. 이때 느껴지는 뜨거운 감정이 바로 코로나발 노인 우울증의 백신이 될 수 있다.

또한 코로나 상황에서 나보다 힘든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한다. 필자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내 이웃을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과 내 이웃을 언제든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 즉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많은 노인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낮아졌다. 내 이웃을 도왔다는 성취감, 내가 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울증의 보호 인자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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