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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용구 “XX놈의 XX”... 택시기사가 “욕하셨죠”하자 멱살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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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당한 택시기사, 본지와 6시간30분 동승 인터뷰

이용구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 A씨는 24일 본지와 6시간 30분에 걸친 차량 동승 인터뷰에서 당시 폭행 과정의 전말과 경찰 수사 과정, 현재 심경을 상세하게 털어놨다. A씨는 “이 차관이 합의 과정에서 폭행 영상 삭제를 요청했고, 이후 경찰은 영상을 보고도 ‘못 본 걸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A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당시 폭행 상황과 수사 과정을 재구성했다.

◇”이용구, ‘XX놈의 XX’라 욕하고 폭행”

이용구 차관(당시 변호사)이 술에 취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에서 A씨 택시에 탄 건 작년 11월 6일 밤 11시 18분쯤. 탑승지는 당시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아파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목적지는 차로 15분 거리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이 차관 아파트였다. A씨는 “강남역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깜빡깜빡 넣고 있는데 뒷자리에 있던 이 차관이 갑자기 문을 열어서 ‘아이고 큰일 납니다, 문 여시면 어떡합니까’라고 했더니 욕을 했다. ‘닫아주세요’라고 했더니 닫고 또 뭐라고 욕을 하더라. 그리고 3~4분 후 서초구 아파트에 도착했다”고 했다. A씨가 잠든 이 차관에게 “다 왔는데, (여기서) 내리시면 됩니까?”라고 묻자, 이 차관은 대뜸 “XX놈의 XX”라 욕을 했다고 한다. A씨가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라고 묻자, “너 누구야”라며 멱살을 잡았고, “택시기사입니다”라고 답하자 멱살을 슬슬 풀었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건 당일 택시기사 목덜미 - 지난해 11월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멱살을 잡히는 등 폭행당한 당일 택시 기사의 목덜미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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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112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파출소에서 블랙박스 SD카드(저장장치)에 담긴 폭행 영상을 찾으려 했으나 ‘0기가바이트(GB)’로 표시돼 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튿날 A씨는 서울 성동구의 한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 영상이 저장된 것을 확인했다. 그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놓았다. 이날 이 차관이 전화를 걸어와 사과했다. A씨는 ‘반성하라’는 뜻에서 영상을 이 차관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이튿날인 8일 이 차관이 A씨 집 근처 카페로 찾아와 합의금을 제시하며 사과하기에 A씨는 합의했다고 했다. 이 차관은 이어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떻겠냐?“고 요청했고, A씨는 “그게 무슨 지울 필요가 있느냐, (경찰에게) 안 보여주면 되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합의금 액수에 대해, A씨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수사관 “영상은 못 본 걸로 할게요”

합의 다음 날인 9일 서초경찰서에 출석한 A씨는 “블랙박스 업체에 방문해 복원을 시도했지만 (폭행) 영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 차관과 합의를 했기 때문에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그 블랙박스 업체에 전화를 걸어 영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1일 A씨를 다시 불렀다. A씨는 그제야 30초 분량의 폭행 영상을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줬다. 이 차관이 A씨의 뒷목을 움켜쥔 폭행 장면이 담겨 있는 부분이었다. 수사관은 “차가 멈춰 있네요. 그냥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차량이 정차 중이라 ‘주행 중 운전자 폭행’에 해당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A씨는 “잠시 정차 중이긴 했지만 변속기가 ‘D(주행)’인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고 했다.

특가법 제5조10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운행 중’의 범주에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돼 있다. 이 혐의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경찰은 이 차관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단순 폭행’으로 처리하며 ‘반의사불벌’로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A씨는 “경찰은 따로 영상을 가져가지도 않았다”면서 “나도 합의를 한 상태라 ‘못 본 걸로 하겠다’는 말에 항의하거나 따로 조사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영상 존재를 알고 있었으면서, 이후 나보고 (영상 없다고) 허위 진술했다고만 하니 억울하다”고 했다. A씨는 경찰의 내사 종결 이후, 휴대전화에서 폭행 영상을 지웠지만 검찰이 지난달 재수사를 통해 이를 복원해냈다.

이 차관 측 변호사는 24일 “블랙박스 영상은 이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므로, 어떤 경위에서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합의 과정에서 돈을 주고 ‘영상을 지워달라’고 했다가 이제는 “다행”이라고 한 것이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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