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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재원마련 방법없이 '손실보상 100조 논란'…韓銀, 발권력 동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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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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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행할 적자국채 규모 93조원 맞먹는 수준

예상 크게 웃도는 국채발행 가능성에 한은도 초긴장

"국채매입 법제화는 국가 신용도 하락 지름길" 지적도

정세균 총리 "졸속으로 해선 안 돼" 속도조절 주문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세종=손선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대한 손실보상을 둘러싸고 핵심 쟁점인 '재원 마련'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월 24조7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이 요구되는 특별법안까지 발의되자, 방역조치가 4개월 지속될 경우를 가정해 이른바 '100조원 논란'까지 불거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00조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라는 보도에 대해 "악의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재원 규모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재원 논란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법안에서 촉발됐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은 코로나19 집합금지 업종에 대해서는 손실매출액 70% 이내, 그 외 업종은 50~60% 내의 금액을 보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월 최대 24조7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확실히 정하지 않은 채, 국회 내에서 '한국은행의 국채매입'이 거론됐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풀고(정부가 발행한 국채 매입), 이 돈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만약 올해에도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져 집합금지 조치가 이어지면 무한대로 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예상을 웃도는 규모의 국채발행 얘기가 흘러나오자 한은도 긴장하고 있다. 한은은 현재 국회를 통해 '월 24조7000억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추산된 것인지 알아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4개월간 100조원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국채시장 수급 부담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파악해야 대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22일 서울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의 최종 호가 수익률은 연 1.758%로, 지난해 1월20일(1.762%)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날 오전 11시23분 현재에도 1.773%에 거래 중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 우리나라의 국채발행 한도는 176조4000억원으로, 민 의원이 발의한 손실보상법이 시행되면 넉 달간 100조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채 물량을 급격히 늘려놓은 상태다. 올해 적자국채 발행은 이미 9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가로 발행되면 발행 한도(176조4000억원)를 넘기게 된다.


한은의 기본적 입장은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금리가 올라가면(국채가격 하락) 상황에 따라 매입할 수는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이러한 입장을 쭉 유지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한은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시장에 국채가 풀리자 8조원가량을 매입한 바 있다. 2019년 말 16조7231억원 수준이던 한은의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24조4832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렇지만 한은은 국채매입이 정부지출을 뒷받침하는 정부지출의 화폐화가 돼선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국채매입이) 정부지출을 뒷받침하는 정부지출의 화폐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은의 국채매입을 법제화하는 것은 곧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지름길이란 시각도 있다. 국채발행 후 금리가 올라가면 한은이 상황에 따라 매입할 수도 있지만, 미리 시장에 알리는 것은 금융시장에 오히려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차현진 한은 인재개발원 교수는 "국회가 한은의 국채매입을 법제화하는 것은 (금융시장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자신감 부족과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가로 한은이 국채를 매입할 경우 통화량이 늘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과도한 통화량 증가로 인한 자산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 총리는 최근 불거진 재원 논란과 관련해 "졸속으로 해선 안 된다"고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협의해야 할 문제인데, 논의를 시작하기 전부터 상한선 개념의 최대 추산액으로 논란을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기존 시행되고 있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조항 등과 맞춰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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