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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장혜영, 10년전 연세대 자퇴부터 성추행 피해 공개까지…당당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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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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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고 사퇴한 가운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당대표실에서 부대표단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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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취임 3개월 만에 동료 국회의원 성추행이라는 불명예로 물러났다. 같은 당의 장혜영 의원은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히며 "성폭력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성 비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호평도 나온다.

정의당은 25일 최근 장 의원에 부적절한 언행을 한 김 대표를 직위해제 했다고 밝혔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고, 가해자인 김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 15일 김 대표와 장 의원의 저녁 식사자리에서 발생했다. 장 의원은 지난 18일 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 부대표에게 김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고 알렸고, 배 부대표는 사건을 비공개 조사했다.

정의당은 속전속결로 김 대표에 대한 직위해제를 의결했지만,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평등 이슈를 전면에 내건 정의당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김 대표는 "성희롱, 성폭력을 추방하겠다고 다짐하는 정당의 대표로서 저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장혜영 "제가 피해자,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피해사실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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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 사진=광주전남사진기자회(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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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당 차원의 발표가 이뤄진 직후 장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임을 밝힌다"며 공개 입장을 내놨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투표에서 기권한 장 의원다운 당당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 의원은 "영원히 피해사실을 감추고 살아간다면 거꾸로 이 사건에 영원히 갇혀버릴 것인 만큼 제가 겪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어떤 피해자다움도 강요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잘못을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태도는 앞으로 모든 가해자들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태도여야 한다"며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장 의원은 연세대를 자퇴하는 등 비범한 행보를 보여왔다. 연대 신방과 06학번의 장 의원은 2011년 명문대 기득권을 비판하는 '이별 선언문' 대자보를 내걸고 자퇴를 선언했다. 그는 당시 "교정에서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나 좁아 보여 나는 바야흐로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후 2018년 정의당 입당 전까지 세계여행을 하며 '생각많은 둘째언니'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활동을 했다. 장애인 동생의 자립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목숨을 걸고 싸웠던 1987년 민주화의 주역들이 어느새 기득권자로 변해 시대의 변화를 가로막는 존재가 됐다"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학생운동 등 진보진영 20년간 몸 담았지만, 3개월 만에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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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18.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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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가해자인 김종철 대표는 짧은 대표직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했다. 장 의원 역시 "제가 존엄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나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며 저를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고(故) 노회찬 의원의 비서실장 출신이자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해 온 정치인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중 학생운동 조직인 '대장정' 설립을 주도하고 1999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표의 비서로 정치를 시작했다.

2006년 4회 지방선거에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서울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고, 당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를 넘지 못했다. 이후 18·19대 총선에도 출마했지만,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정의당으로 몸담은 후에는 2016년 당시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10월 자리에서 물러나는 심상정 대표의 뒤를 이어 새 대표로 취임한 자리에서 "거대 양당이, 정의당이 내놓는 의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 보여준 모습 민주당보다 낫다? 야권의 '뼈아픈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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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긴급기자회견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호진 대변인. / 사진=공동취재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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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정의당 성추행 사건을 두고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속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모습이 오거돈·박원순 등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에서 미지근한 모습을 보여준 민주당보다 낫다는 지적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장을 낸 오신환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피해호소인' 운운하며 은폐축소에 급급하고 가해자에게 피소사실을 알리고 거짓말과 함께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무공천 약속을 뒤집으며 당 전체가 2차, 3차, 4차 가해를 가한 민주당과 비교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전임 서울시장 성추행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당 대표라니 참담하다"면서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낙인찍어 집단적 2차 가해를 저지른 민주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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