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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손실보상, 재정 후폭풍 어쩌나…'곳간지기' 역할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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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 검토 착수

전문가 "정부 재량 보장하라…형평성 논란 걱정돼"

뉴스1

2021.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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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정부·여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손실보상을 의무화하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에 미칠 후폭풍을 제도 설계 내내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실보상 취지 자체는 공감하나, 세계 최대 수준인 자영업자 규모와 최근 급속히 악화한 재정 등 고려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 따르면 당초 손실보상제 도입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던 기획재정부가 민주당과 손실보상 법제화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기재부에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 검토를 지시하면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를 수용한 결과다.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SNS에서 "(손실보상제를) 깊이있게 고민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기재부는 손실보상 제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재정 때문이었다. 홍 부총리도 정 총리의 지시에 따라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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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1.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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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곳간지기' 역할 보장해야"


지금껏 민주당은 손실보상제 도입 방안과 관련해 모두 4개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크게 Δ보상 규모와 기준을 법률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법안(민병덕·강훈식안) Δ법률은 보상 근거를 먼저 마련하고 세부 내용은 정부와 위원회 등이 결정하도록 탄력성을 부여한 법안(이동주·전용기안)으로 갈린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후자의 방식을 선호했다. 정부의 복지 전문성과 기재부의 '곳간지기' 역할을 인정해야만 법에 따른 정기적 손실보상이 국가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 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지원금액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액이 커질 수록 지원을 제도화하는 방향은 옳다. 다만 매해가 아닌 기금처럼 그때그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맞지만 법제화시 기준 설정이 문제"라며 "법률에 손실보상과 관련한 큰 원칙을 규정하고 세부내용은 정책적 재량과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보상의 중요한 근거를 법에 명시하고 지원규모 등은 정부가 상황에 따라 피해규모 등을 확인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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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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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논란 어쩌려고"…선거 포퓰리즘 우려도

반면 손실보상제 자체에 대한 찬반을 따질 경우 '반대' 입장도 많았다.

한국재정학회장인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도 지원대상과 기준에 관한 형평성 논란이 많았는데 손실보상을 법제화하게 되면 더 많은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혼란이 발생했다. 매달 수조원이 들어가는 손실보상을 법제화한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인식한 '포퓰리즘' 우려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결국 이것도 국민 위로금과 성격이 다르지 않다"며 "정치인이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지만,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를 망치는 길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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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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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재정여건 어떻길래…"2년간 악화 일로"


지난 2년간 한국의 재정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4차례나 편성된 데다가 내수 경기 침체로 세입 여건까지 나빠진 탓이다.

대표 재정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만 해도 35.9%였으나 2019년 37.7%로 급증한 뒤 2020년에는 44.2%로 치솟았다.

당초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40% 선을 건전재정의 경계선 정도로 생각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출 필요성이 커지면서 45%를 건정재정의 마지노선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해 본예산 편성으로 가뿐히 넘어서게 됐다.

2021년 본예산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까지 치솟는다.

이처럼 빠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2월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한국의 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늘어날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수준인 국내 자영업자 규모도 부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기준 25.1%로 G7(주요 7개국)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9년에도 재정을 많이 썼고 2020년 세수결손으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서 "특히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정부는 중장기 재정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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