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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펀드' 장기투자 답일까? 17년간 수익률 569%낸 이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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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평가 17년 결산]

2004년부터 중앙일보가 실시한 펀드 평가가 올해로 17년을 맞았다. 펀드라는 말조차 낯설던 국내 펀드 시장은 그동안 급성장했다. 2003년 말 145조원이던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692조원으로, 17년 새 5배로 불어났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외화내빈(겉으론 화려하나 속은 빈곤함)'에 가깝다. '손실 트라우마'에 투자자들은 펀드라고 하면 이제 고개부터 가로젓는다. '2020년 펀드 평가'를 계기로 펀드 시장 17년을 결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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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서울 압구정동 미래에셋 지점에서 고객들이 펀드 가입 상담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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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재테크에서 왕따로=시곗바늘을 되돌려보면 국내에서 펀드가 대중화된 것은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분 2004년부터다. 소액으로 저축하듯 투자할 수 있어 재테크 문화를 '예금'에서 '투자'로 바꿨다. 2007년 코스피가 처음으로 2000을 넘어서면서 펀드 열풍은 절정에 달했다. 어떤 펀드에 투자해도 돈이 불어났다. '1가구 1펀드'라는 말이 나올 만큼 펀드가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열풍은 꺾였다. 열풍을 넘어 펀드 광풍의 상징이던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대표적이다. 인사이트 펀드 수익률은 2008년 -50%대로 추락했다. 큰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 시장을 떠났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08년 140조원대이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투자자들의 '반 토막 트라우마'로 펀드가 재테크의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공모펀드와 달리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시장은 2008년 107조원에서 지난해 436조원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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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대중화 17년, 어떻게 성장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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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가 답일까='장기 투자가 답'이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 펀드 시장에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설정된 뒤 17년 이상 운용된 '장수 펀드'는 124개(순자산액 10억원 이상)였다.

수익률 상위권은 배당을 많이 주는 펀드가 차지했다. 1위인 '신영밸류고배당 C형'의 수익률은 17년간 568.84%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가 254.4% 올랐다. 장수 펀드 중 41개 펀드는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셋 중 한 개꼴(33.1%)이다. 반면 83개(66.9%) 펀드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 수익률이 100%에 못 미치는 펀드도 45개에 달했다.

기간을 최근 10년으로 좁히면 누적 수익률은 확 쪼그라든다. 투자자가 펀드를 외면하는 이유를 보여주듯, 코스피 상승률(57.4%)보다 못한 성과를 낸 펀드가 전체의 84%인 104개에 달했다. 그나마 '베어링고배당 Class A'(91.29%)와 '한화코리아레전드4차산업 혁명'(91.19%) 펀드가 100%에 가까운 수익률로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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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누적 수익률 톱 10 펀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펀드도 유행을 탄다=매년 잘 나가는 펀드는 없었다. 시황 또는 업황에 따라 뜨고 졌다. 2004~2007년은 해외 신흥국 펀드의 시절이었다. 특히 2006년은 중국·인도 펀드 '전성시대'였다. 중국 펀드는 2006년 평균 75.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인도 펀드(39.69%)의 수익률도 짭짤했다.

세계 금융위기의 파도가 거셌던 2008~11년은 국내 채권형 펀드가 두각을 드러냈다. 2008년엔 금융위기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국내 주식형(-38.5%), 해외 주식형(-53%) 등 대부분의 펀드가 죽을 쒔지만, 안전자산인 채권 펀드는 8%의 수익을 내며 위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2012~16년은 해외 선진국 펀드의 약진 속, 국내에선 가치주·배당주 펀드가 고수익을 안겼다. 가치주 펀드는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펀드를 의미한다. 특히 2012년엔 가치 투자를 표방하는 한국투자밸류와 트러스톤, 신영운용이 운용사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3위를 휩쓸었다.

2017년부터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대표되는 인덱스 펀드의 독주가 이어졌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ETF가 국내외 수익률 상위권을 휩쓰는 분위기"라며 "지수 상승률의 2배 수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ETF가 두각을 보였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중앙일보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2004년부터 실시한 펀드 평가를 2020년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한국 펀드 시장의 흥망성쇠를 같이 하며, 펀드에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고 믿을 만한 펀드 기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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