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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수사관 말만 듣고 “이용구 블랙박스 영상 없다” 판단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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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수사국장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

세계일보

이용구 법무부 차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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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해) 블랙박스도 녹화가 안돼 있었다.”(2020년 12월28일)

“그 당시 상황에서 (블랙박스) SD카드 녹화 영상이 없었다고 설명을 드린건데, 직원이 휴대전화 영상을 봤다는 보도가 나와 지금 상황에서 보니깐 12월28일 설명이 잘못된 게 됐다.”(2021년 1월25일)

이는 모두 현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인 최승렬 경찰청 수사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관련해 중요 증거인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한 말이다. 애초 영상 자체가 남아있지 않았다는 설명을 한달 만에 뒤집고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최 국장은 이와 관련해 25일 “당시 수사국장으로서, 현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로서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이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 차원에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지만 경찰 대응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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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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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 말만 듣고 경찰 “영상 없다” 판단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경찰이 지난해 12월 ‘이용구 봐주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근거로 삼은 게 사실상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담당 수사관의 진술뿐이었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이와 관련해 “담당 수사관 조사를 기본적으로 했고 그걸 토대로 (12월28일에)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경찰이 이 차관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아닌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 종결한 게 적절했냐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이 차관 폭행 당시 상황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유일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봐주기 논란의 직접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담당 수사관 말만 듣고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해버린 것이다. 해당 수사관은 지난해 11월11일 피해자 조사 중 택시기사가 제시한 영상을 확인했지만 “못 본 걸로 하겠다”며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논란 당시 담당 수사관 외 피해 택시기사, 블랙박스 업체 등 관계자에 대해 따로 조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을 들었다. 최 국장은 “당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라 저희가 택시기사를 접촉하는 거 자체가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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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영상 확인’ 어느 선까지 보고됐나

뒤늦게 전날 서울경찰청 산하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꾸린 경찰은 서초서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 존재를 인지한 이후 팀장→과장→서장 중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를 우선 확인할 예정이다. 블랙박스 영상 묵살이 수사관 개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서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인지부터 파악해 사건 성격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최 국장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일단 내부 보고 단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차관 폭행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경찰의 봐주기 의혹에 대해 살펴보는 중이다. 현재 서초서 담당 수사관은 대기 발령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다만 서울청 진상조사단이 블랙박스 영상 묵살을 수사관 개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결론내릴 경우 ‘꼬리 자르기’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단은 현재 서초서 관계자와 함께 택시기사 면담을 포함한 조사 계획을 검토 중이다.

서초서 측이 사건 당시 이 차관 이력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확인도 진상조사단 차원에서 재차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은 당시 변호사 신분으로 과거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난 이력에 대해서는 서초서가 몰랐다는 게 그간 경찰 설명이었다. 최 국장은 이와 관련해 “서초서가 당시 이 차관이 변호사라는 것만 알았을 뿐 법무실장을 지냈다는 사실을 알기는 쉽지 않았던 거 같고, 전부 몰랐다고 한다”면서도 진상조사단이 해당 부분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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