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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해외공관 감시 강화로 北외교관 동요…탈북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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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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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한국명)는 2019년 9월 쿠웨이트 현지에서 갑작스럽게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위기에 처하자 단 닷새 만에 망명을 선택했다. 류 전 대사대리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어떤 위기를 맞이했는지 등 구체적인 망명 사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당국의 해외 공관에 대한 압박과 감시가 심해진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류 전 대사대리의 장인이 북한 핵심 권력인 노동당 39호실의 수장인 전일춘 전 실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이 외교관들의 실수에 매우 엄정한 잣대로 처벌을 행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류 전 대사대리의 한국 정착 소속이 뒤늦게 알려지자 25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정은은 자유를 꿈꾸는 북한 외교관들의 대한민국 입국 행렬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서 39호실 실장의 사위이자 외교관으로 참사직까지 올라 임시대사대리까지 했을 정도면 특권층으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을 택한 것"이라며 "아무리 북한에서 특권층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해외에 나와 비교개념이 생기면 마음이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북한 핵심 고위층이었던 전일춘의 사위가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것은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불안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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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들의 잇단 한국행은 갈수록 옥죄는 대북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의 실상이 배경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와 대사 추방 등 외교적 압박을 통해 숨통을 조이는 상황에서 외교관들에 대한 압력과 감시가 더욱 강화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체제 불안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공관 구성원들 간 상호감시 및 당국의 처벌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탈북민은 "감시와 통제가 강화되는 것은 곧 북한 체제에 대한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체제 불안을 수습하려다보니 기존보다 더 강력한 조치와 기준들을 세우게 되고, 처벌 수위를 높이게 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양 내부에서 온갖 숙청 소식을 접한 외교관들이 자신들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항상 갖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외교관의 경우 해외 임기(통상 3년)를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면 3년간 있었던 모든 일들에 대한 '검열총화'를 받는데, 트집이 안 잡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실수가 발각되자, 목숨이 위태로운 정도의 위협을 느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근 북한 외교관들이 미국 등 제3국이 아닌 한국을 택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유럽은 신변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한국행을 북한이 어떻게 바라볼지도 주목된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별도의 반응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위층의 잇따른 망명 소식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게 오히려 체제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대리의 망명 소식에도 북한 당국은 별다른 대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 정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탈북자나 그에 준하는 분들이 국내에 들어온 사안들에 대해 통일부가 확인해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의 망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재인정부의 탈북민 홀대론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문재인정부 들어 자격을 갖춘 탈북민들이 관련 기관에 진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고위급 탈북민의 상당수를 고용해온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현 정부 들어 탈북민 출신을 단 한 명도 새로이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석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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