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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7조 엔터사 3월 출격…김범수, 내수용 넘어 글로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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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카카오M 합병

플랫폼 운영 전문성 갖춘 이진수

콘텐트사업 노하우 지닌 김성수

공동대표 맡아 세계 시장 돌파

카카오가 기업가치 7조원에 달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세운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TV를 서비스하는 ‘카카오M’을 합병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다. 합병 법인은 이사회를 거쳐 3월 1일 출범한다. 카카오는 25일 이런 내용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왜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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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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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합병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 작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다. 그동안 자회사를 분사시켜 경쟁력을 키워오던 김 의장이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 엔터의 제1 과제로 ‘글로벌 도전과 혁신’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두 회사의 시너지가 최대치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올해로 창업 12년째인 카카오의 약점은 글로벌이다. 5000만 사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 있지만, ‘카카오톡은 내수용’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이를 떼기 위해 카카오는 이참에 게임 이외 콘텐트(웹툰·음원·영상) 자회사들의 역량을 카카오 엔터로 모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합병 법인은 글로벌 사업 혁신을 위한 김 의장의 히든 카드이자 승부수”라며 “카카오의 글로벌 도전 선언이자 퀀텀 점프를 위한 전략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양사 합병으로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나가 탄생하게 됐다. 양사 매출 합계는 2019년 기준 약 7000억원, 2020년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를 7조원대로 추산한다.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시총 7조 2500억원) 규모의 엔터 기업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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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엔터테인먼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기업가치의 핵심은 카카오가 구축한 콘텐트 생태계다. 카카오페이지는 웹소설 등 8500여개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지적재산권(IP)으로 보유했다. 국내서 유료화 성공 후 북미·중화권·동남아·일본 등 10개국에 진출해 있다. 카카오M은 작가·감독을 영입하고, 스타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면서 카카오TV를 운영 중이다. 두 회사 결합시 다음웹툰 기반 넷플릭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같은 작품이 더 많이 생산될 수 있다.

키 맨(Key man)은 누구?

김범수 의장이 직접 키운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와 공들여 영입한 김성수 카카오M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는다. 카카오 측은 “두 사람을 오래 지켜본 김 의장이 이들의 시너지가 글로벌 시장서 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유연한 사고와 저돌적 추진력은 두 CEO의 공통점이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는 인터넷 커뮤니티서비스 프리챌 출신이다. 2004년 NHN에서 김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2010년 카카오페이지 전신인 포도트리를 창업했다. 당시 김 의장이 지분 50%를 투자. 2014년 ‘기다리면 무료’(먼저 보고 싶으면 유료) 모델로 콘텐트 유료화를 성공시켰다. 다음웹툰 인수·카카오재팬의 콘텐트 플랫폼 ‘픽코마’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김성수 카카오M 대표는 투니버스·온미디어 케이블 방송을 거쳐 CJ E&M에서 10년 근무했다. tvN을 성공시키며 지상파 독주 체제를 깼다.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온미디어 시절 바둑TV 제휴로 인연을 맺은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M 대표로 영입했다. 카카오TV를 안착시키며 카카오M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에서 1조 7000억원까지 키웠다.

신규법인에선 이진수 대표가 IP 콘텐트 확보와 플랫폼 기반 해외사업을, 김성수 대표가 신규 콘텐트 발굴기획을 맡을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대표는 콘텐트 비즈니스 노하우에, 이 대표는 혁신적 플랫폼 운영에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K콘텐트 격전, 서로 다른 접근법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YG·JYP·SM 등 빅3가 주도하던 K팝을 넘어 웹툰·드라마 등 K콘텐트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부터 NC소프트(게임), 빅히트(엔터) 등 여러 업종 대표 기업이 뛰어들었다. 목표는 다들 ‘글로벌’이다.

카카오는 콘텐트 근원이 되는 스토리(IP)부터 작가·감독·배우 수급 및 제작, 이후 플랫폼 유통까지 통합하는 엔터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추구한다.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카카오M은 출범 후 30여 개 중소형 엔터 기업을 인수했고, 카카오페이지도 지난해 하반기에만 1000억원을 투자해 웹툰·웹소설 기업 지분을 확보했다.

이와 달리 네이버는 콘텐트 유통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고, 콘텐트 제작은 기존 엔터 기업과 협업하는 편이다. YG·SM에 각 1000억원을 투자했고, CJ그룹과도 6000억 원대 지분 맞교환을 통해 CJ ENM·스튜디오드래곤의 주요 주주가 됐다. 빅히트와도 지분 제휴를 추진 중이다. V라이브·제페토 등 네이버가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에 엔터사의 콘텐트를 유통하겠단 전략이다.

또 NC소프트와 빅히트는 K팝 중심의 팬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빅히트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출범시켜 17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NC소프트도 자회사(클렙)를 세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28일 출시한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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