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주식·집값 더 폭등할라"…'한은 국채 직매입' 법안에 부작용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따른 소상공인 피해 보상 법안 발의

재원조달 방식 두고선 "부동산·주식 버블" "비상식적" 비판

뉴스1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이광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추진하면서 한국은행의 국채 직매입(인수) 법제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한은이 해당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즉, 중앙은행 돈을 찍어 내 정부의 부채를 갚는,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낸다. 한은이 국채를 매입하며 시중에 자금을 쏟아내면 가뜩이나 부풀어오른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코로나 손실보상 법안에…"유동성 빗장 풀린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의원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태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국민에게 위로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열린민주당·국민의힘·시대전환 등 여야 의원 63명이 법안 발의자로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또한 재원 마련의 방안으로 "국가는 손실보상금 및 위로금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발행한 국채는 한은이 매입하며, 매입 금액은 정부에 이관 후 소상공인 및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은이 지폐를 찍어내 국채를 곧바로 사들이면,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소상공인에게 준다는 의미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췄으며, 재원조달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향후 논의를 거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적잖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근거법을 마련한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면서도 "한은이 과도하게 국채를 직접 매입하면 시중통화량이 늘어나고,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돈이 흘러가 자산버블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시중통화량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시중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인 광의통화(M2 ·계절조정계열·평잔)는 지난해 1월 2927조5000억원에서 11월 3178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시중통화량이 250조원가량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풀고 기업 역시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 자금 확보에 주력한 결과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들썩이자 가계의 주택자금과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 역시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빈곤층은 나락으로 떨어진 반면 부유층은 부동산·주식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기회를 얻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대규모 국채를 직접 매입했다간 자칫 유동성의 빗장을 더욱 풀어 젖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정부의 국채 발행으로 채권 공급이 늘어나면 한은이 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해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데도, 굳이 법안에 직매입을 명시할 필요가 있나"며 "한은의 국채 직매입을 명시할 경우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할 길을 오히려 막게 된다"고 지적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지침 완화 첫 주말인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1.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 국채 직매입 1990년대가 마지막…"비상식적 법안" 질타

한은도 20여년이 넘도록 국채 직매입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1994~1995년 양곡관리기금(쌀·보리 등 수급조절을 위해 마련한 기금)을 위해 발행한 양곡증권 1조1000억원을 사들인 것이 마지막이다. 국내 채권시장이 충분히 발달하기 이전의 일이다.

금융업계에서 중앙은행의 국채 직접 인수는 채권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개도국이나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때에나 실시하는 방안으로 통한다. 미국, 유럽 등 중앙은행은 국채 직접 인수를 아예 법으로 막아놨다고 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최상위권으로 발돋움한 상황"이라며 "채권시장이 없는 개도국이 주로 실시하는 중앙은행의 국채 직접 인수를 우리나라가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안이 한은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법 제3조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하며, 한은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은이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토록 하기 위해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정부가 발행한 대규모 국채를 다 사들인다면 시중에 통화량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치권의 지극히 단기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이 휘둘리지 않도록 한은을 독립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이 국채를 사들이도록 법에 명시하는 것은 한은을 마치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편입시키는 것과 같으며, 지극히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뉴스1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ekim@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