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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궤도별 기본 요금 11억…스페이스엑스, ‘로켓 합승’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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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엑스, 소형위성 전용 발사 시작

어제 143개 위성 한꺼번에 궤도에 올려

발사 일정 정해 놓고 온라인 예약 접수


한겨레

143개의 위성을 싣고 날아오르는 팰컨9 로켓. 페이스북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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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가 ‘로켓 합승 예약’ 시대를 열었다. 목적지가 다른 사람들끼리 출퇴근시간에 맞춰 택시를 합승하듯, 로켓이 미리 약속한 날짜에 맞춰 소형 위성들을 싣고 지구 궤도까지 올라간 뒤 각기 다른 지점에 위성을 내려주는 우주사업이 시작됐다.

스페이스엑스는 24일 오전 10시(현지시각, 한국시간 25일 0시)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143개의 소형위성을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이날 발사는 스페이스엑스가 새로 추진하는 소형위성 합승 프로그램’(SmallSat Rideshare Program)에 따른 첫 임무였다. 이를 기념해 이날 발사 행사는 ‘트랜스포터-원’(Transporter-1)으로 명명됐다. 스페이스엑스는 2019년 8월 이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 1년 반만에 이날 실행에 옮겼다.

이번 발사는 한 번에 가장 많은 위성을 쏘아올린 기록도 세웠다. 이전 최대 기록은 2017년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PSLV 로켓이 세운 104개 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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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 안에 탑재된 143개의 우주선. 스타링크 위성 10개가 맨아래쪽에 나란히 적재돼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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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위성 편승 않고 독자적 발사 일정 가능


그러나 이번 발사의 의미는 역대 최다 위성 발사보다는 합승 프로그램의 본격 가동에 있다. 그동안 소형 위성을 여러개 묶어 발사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대형 위성 발사 때 소형 몇개를 끼워 넣는 식이었다. 따라서 대형 위성 발사 사정에 따라 소형 위성 발사 일정은 매우 유동적이었다. 하지만 스페이스엑스의 합승 프로그램은 사전에 소형 위성들만을 대상으로 미리 발사 신청을 받는다. 소형 위성 업체들도 대형 위성에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발사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발사 일정은 스페이스엑스가 몇년치를 잡아 미리 공개하고, 이 날짜에 맞춰 발사할 위성 업체들이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는 방식이다. 소형위성들은 스페이스엑스 팰컨9 로켓 상단의 원통형 금속 용기에 실려 발사된다.

이날 팰컨9 로켓은 133개의 미국 정부 및 민간 위성과 10개의 자사 우주인터넷용 위성 스타링크를 쏘아 올렸다. 143개 우주선에는 지구 영상 서비스업체 플래닛랩스의 지구 촬영 위성 48개, 캐나다의 소형 통신위성 17개 등이 포함돼 있다. 탑재 위성들은 발사 1시간 뒤부터 순차적으로 목표 궤도에 배치됐다. 지난해 말까지 스타링크 위성을 1000기 넘게 발사한 스페이스엑스의 위성 10개는 스타링크 위성 가운에선 처음으로 남북극 상공을 오가는 극궤도에 올려졌다.

첫 합승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팰컨9 1단계 추진체는 이날로 5번째 임무를 수행했다. 또 발사 9분여만에 대서양 해상 바지선으로 돌아와 6번째 임무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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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위성 배치를 위해 페어링을 여는 모습 상상도. 스페이스엑스 이용자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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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궤도별로 예약…추가비용은 1kg당 550만원


스페이스엑스는 3개의 목표 궤도(태양동기궤도, 저궤도, 극궤도)별로 발사 예약 신청을 받는다. 요금은 200kg 위성을 기준으로 100만달러(11억원)부터 시작한다. 위성이 이 무게를 초과하면 1kg당 5천달러(550만원)의 비용을 더 내야 한다. 추가비용은 애초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당시 kg당 2만달러에서 크게 저렴해졌다. 위성업체가 사정상 예약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엔 이미 지불한 돈으로 재예약할 수 있다. 대신 1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스페이스엑스는 태양동기궤도 발사 프로그램의 경우 원칙적으로 4개월에 한번씩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저궤도 발사 프로그램은 매달 한 차례씩 잡아놨다. 올해의 경우 태양동기궤도는 6월과 12월, 저궤도는 6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예약 발사 일정이 나와 있다. 발사가 어려운 극궤도 위성은 아직 예약할 수 있는 일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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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소형위성 53개를 싣고 이륙하는 아리안스페이스의 베가 로켓. 아리안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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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안스페이스, 버진오빗도 경쟁 대열 합류


위성을 이용한 연구와 사업이 갈수록 활발해지면서 소형위성 합승 발사는 위성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형 위성 전문 로켓을 운용중인 로켓랩은 이미 여러차례 소형위성들을 발사했다. 하지만 한 번에 발사할 수 있는 위성 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유럽의 위성발사업체인 아리안스페이스는 소형위성 합승 프로그램 SSMS(Small Spacecraft Mission Service)를 개발해 개념증명 시험의 일환으로, 2020년 9월 21개사의 53개 소형 위성을 베가 로켓에 실어 궤도에 배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형위성 발사기업 버진오빗은 최근 여객기를 이용한 공중발사 방식으로 소형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거의 마쳤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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