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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누적 적자만 수 천억? SK와이번스 매각에 담긴 불편한 현실 [오!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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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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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선호 기자] 유통재벌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1532억 8000만 원에 인수한다고 26일 발표하자 야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아쉬움과 희망이 동시에 교차되고 있다. 21년 동안 명문 야구단으로 성장한 와이번스가 갑작스럽게 프로야구계를 떠난다는 것은 분명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잘 만들어 놓은 야구단을 스프링캠프를 목전에 두고 갑자기 매각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임직원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너무 즉흥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신세대 오너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등장했다는 소식에 프로야구계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희망도 생기고 있다. 이미 '택진형 다음에 용진이형'이라는 우스개 말도 나오고 있고, '이마트 트레이더스'라는 작명에도 기대감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첫 번째 의문은 SK의 매각 이유였다. SK 그룹은 2000년 인천을 연고로 야구단을 창단해 명문 구단으로 발돋음했다. 4회 우승의 탁월한 성적과 선도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스포테인먼트'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그룹 이미지를 크게 고양시켰다.

SK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통신, 반도체, 바이오 사업에서 탄탄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재벌기업들은 모두 프로야구단을 소유하고 있다. 20년 전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야구단을 창단한 이유였다. 프로야구단은 재벌임을 알리는 증표로 인식되었다.

결국은 그룹이 변화를 추구 과정에서 야구단의 존재 가치가 없어졌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야구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SK 그룹이 실적이 부진한 사업들을 정리해오고 있다. 그룹에 동력이 될 만한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야구단도 그런 방향에서 매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26일 SK그룹이 중국 지리자동차와 친환경 자동차 프로젝트를 위한 공동 펀드를 조성한다고 보도했다. 수 천억원을 투자해 그룹의 미래 핵심 신성장동력인 수소와 전기차 등 다양한 친환경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야구단 매각과 신사업이 엇갈린 하루였다.

그룹에서 볼 때 야구단은 적자를 꾸준히 발생시키는 사업이다. 20년 동안 누적된 적자만해도 수 천억 원에 이른다. 이미지 고양은 옛말이다. SK 그룹은 이제는 돈만 먹는 야구단을 정리하고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야구단 매각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프로야구단은 사회 공헌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인 국민들의 여가를 제공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매년 적자를 부담해왔고 속으로는 애물단지로 여긴다. 프로야구단을 갖고 있는 그룹들의 불편한 현실이다. 그래서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 이마트가 새로운 방향의 프로야구단의 운영 비전을 제시할 것인지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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